하늘마음 붙이기

- 하늘마음 누르기

by 갈대의 철학

하늘마음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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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의 철학[蒹葭]



하늘에 사랑이라는 글자를
써보아요
무엇이 보이나요
아무리 무얼 쓰고 싶었어도

다른 글자로는

채울 수 없는 한계


어디부터 지워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처음 쓸 때는 그때의 마음이었다가

못다 쓴 하늘 글씨에 마침표는 못 찍고

단지,

고개 들어 하늘 바라보는 습관만 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눈물 글썽이며
화선지에 써 내려간 글씨에
눈물이 범벅이 되어가도

하늘에다 팔을 뻗어 글씨를 다시 쓴다는 것이
내겐 더 이상의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무심코 다시 올려다본 하늘에
여운이 남아있었는지
허공에다 허우적거리며
먼 하늘에 그려져 있을 그대를 바라보며
하늘에 일자로 선 하나 그어서

그대의 얼굴이 나타날까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파란 하늘에

난데없이 갑자기 구름이 스쳐 지나가

몰래 숨겨둔 마음을
지우개로 지울 사이도 없이
구름이 대신 나의 모든 것들을 삼켜버렸습니다


끝과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으며

어디서부터 시작하였는지 조차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팔이 아파서 못써 내려가도

다시 올려다본 하늘을 원망스럽지도 아니하고

그리워할 마음을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곡간 채워가듯이 하는 것도

이제야 남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대 곁에 있을 때는
공간이 금세 채워졌던 것이
그대 떠난 후 하늘을 바라보면
금세 모두 채워질 것과 같은 공간도
하늘도 힘들고 버거워하니 말이에요


그대 내 생각하면
건강에 무척이나 해로우니
내 생각일랑 엄두도 내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래요


그대
요 며칠 봄비의 일교차로
제 마음도 변덕스럽게도 변해가고
그대는 절대로 감기를 앓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그대
나는 아직도 그댈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 때릴 때가 가장 좋답니다

왠지 아세요

그대가 그토록 좋아하던 모습이었으니까요


가끔은 바람의 벗이 다가올 때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면
그대를 위해 더 멍 때리기를
한없이 원 없이 한답니다


하늘을 한량없이 바라보고 올려다보는 것이
어쩌면 내겐 아무 일 없듯이
늘 그래 왔듯이 살아왔던 삶도
힘겨워 버거워할지도 모르지만

단지, 그것이 제 인생의 역할이 충분치
않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면
그대의 하늘이
아마도 행복하지 않을까 봐서


그대
요즘 일출이 빨리 뜬답니다

그만큼 낮 시간도 길어
우리들 사랑을 감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고
들키기도 하는 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몸이 되었던 기억이
지나갔으니 말이에요

그만큼 밤이 짧아져서
우리의 사랑도 그만큼 짧아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답니다

이러고 보니 밤도 낮도
나 그대 위해
그댈 마중할 채비에 준비도 하고
할 일을 많이 하라고 변해 가려나 봅니다


이제 봄꽃도 다 져가고
무엇을 기다려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세월이 약 이러니

그저 세월이 그러려니 하며

일자무식인 마음 하나 더 보태어

살아가려 합니다

[2018.4.25 덕수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