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
마실
- 덕수궁
시. 갈대의 철학[蒹葭]
4월이 오면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어보아요
라일락 꽃 향기가
내 코 향기를 찌르고
잠시 어지러운 마음에
그대 향수보다
더 짙게 다가오더라도
오해일랑 하지 말아주세요
그대
덕수궁 돌담길
마실을 나와보면
그대
내 마음을 알 거예요
그날
꽃마차 타지 못해 떠난 날
그대 떠나고 남은 그 자리에
붉게 물든 핏물에
꽃가마 대신
어느 늦은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내 어릴 적 만개 꽃이었다가
지며 사라지는
어느 만추에 낙화는
햇빛에 붉게 불타오르는 단풍을
더욱 시리도록 깊게 물들였지요
꽃잎 떨구며 사라지는
어느 시월에 불어오는 가을바람 앞에
모든 것을 떠나보낼 수는 없었지만
떨어지는 꽃잎의 무게는
떠나는 그대 마음보다 더 무거웠어요
꽃신 신고
내 발자국 지르밟고 가세요
그러하면
그대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걸어왔던
그대의 아름답던 추억이 된
그 꽃길이 보고파도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일랑
짓지 말아요
그대
더 이상의 아픔과 슬픔은 남겨두지 말아요
어느 따뜻한 봄날에
다시 피어나는 이른 꽃이 그대가 되더라도
한없이 사뭇히고
시린 가슴에 마음 아파와도
한쪽 언저리에 묻어둔 마음
부모님의 사랑처럼
이제 떠나가는 길목에선
더 이상의 외로움은 없을거예요
나 그대 위해
그대 위한 꽃길이 아니어도 괜찮아
안타까워 서성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떠나가는 행궁 행차에
먼발치서 바라보는 마음
그때 내 마음이었으니까요
하나둘 피어나는 꽃 행렬에
피어나지 못하는
어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이듬해 피어난
데이지 꽃 닮은 그대는
그날에 순수한 마음이
빈자리 그 자리에 여운이 남아
하염없이 내리는 눈물 꽃이 피어났어요
어느 인왕산 자락에
그대의 피눈물에 내 마음도 울고
하늘의 마음도 서럽게 울게하여
하늘의 마음에 땅도 울고 떠난 그자리 였지요
양지바른 그대 닮은 작은 연못가에
피눈물이 된 그대의 눈물이
세월을 지나 인내의 꽃을 피우고
눈물비를 머금던 마음도
이른 새벽 라일락 꽃향기에 취한 듯
그대를 부른듯이 찾아갔어요
어느덧 그대 눈물 고여
샘에 이르러 내(川)가 되어가고
그대 마음 연꽃의 마음되어
그대 잊힌듯
사라져가는 옛 못다한 이야기 남아요
그대
그 속에 흘러
못다 핀 꽃 한송이로 피어난
그대 여린 마음을
작은 연못에 가둘가도 하였지만
차마
이 아름다운 화원에
그대의 마음을 가둔다는 것은
그대의 상처에 영원히 씻지 못할
아픔의 역사가 될거에요
그날에 바람한 점 불지 않던
고요한 기억의 언덕 저편에선
이슬 별이 유성처럼 떨어졌지요
멀리서 바라보며 가슴으로 울던
희생적인 사랑에 눈물 훔치고
하늘을 바라보며 원치 않았을
그대의 소원도
덧없던 탓이라 여기렵니다
덧없는 마음이 무상한 것도
이제사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들
가엾게 지녔던 마음도 한때는
바다에서 태어나서
바다로 떠나오고
바다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그대가 우리들 마음의 고향에
전부가 되어가니 말이에요
[2018.4.17 덕수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