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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頭陀山-백두 대간 종주길에서)

- 쉰움산(五十井)

by 갈대의 철학

[산성12폭포]

두타산(頭陀山-백두대간 종주길에서)

- 쉰움산(五十井)


시. 갈대의 철학[蒹葭]


드디어 출정이다


힘찬 나팔소리와

새벽 기상을 등에 업고

떠오르는 시루봉 언덕에

작은 햇살 내비친다


그대는 고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

출정식 앞에 떠나는

그대의 그리움을 남겨두고 떠나련다


떠날 때는 말없이 그리움이 되어

너의 이름 불러주었지만

남겨진 이름 없는 너는

오로지 필명이 되어버린

기다림이 낙인 되어
두타산이 되어 버렸다


이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길래

민족 대간의 큰 준령을 잊지 못한 채

홀로 부르지도 못할 봉우리로 남아
이름 없는 산이 되어
운명의 만남으로 남아야 하였는가


일제의 항쟁에 맞서

네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았는지

이름 없는 봉우리로 출발할 때
네 이름 석자 불러주고 지어주고 싶었었다


너를 두고 이제 떠나온 이 빈자리가

이토록 그립게 만드는 것은

바로 너의 삶이 나의 삶이기도 하였더라


네 이름 불러주어도

어쩌면 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

다시 찾아오는 내 발길이

못내 아쉬운 것만 남아있는 것도

너를 오랜 민족의 거울로 남으려고 하였음을
늘 자랑으로 여겨온
갸륵한 정성된 마음이 이직도 남아있었서다



봄에는 동해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백두 준령따라 망망대해를 품에 안고


여름이면 계곡길 사이사이

원시림의 이국적인 네 모습에 반해

나랑들 신선이 못될쏘냐
받아주는 너에 대한 응석받이에
시 한수 읊어 읊조려 떠나보고 싶구나


가을이 오면
일제 치하에 빼앗긴

우리 겨레가 지키고 이어온 유수한 얼과
유구한 역사의 산물을
외면한 그들을 알리기 위해서였었는지


온 산을 핏빛으로 물들여가며

민족의 젖줄인 백두를 형형색색

오색 물감에 채색을 물들이고
운해에 둘러 싸인 마음을

내 마음이 멍들 때
구멍 난 너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고
채울는지 애석하기만 하더구나


겨울이 오면

하얗게 쉰 백두의 머리에

너의 오랜 인고의 마음이 퇴적되고

백발이 되어가니

설움도 한낱 한 시 그리움이 되어가고
마음의 고통은 더 나은 미래로 다가 오더구나


천하의 비경을 간직한 두타여

너의 세속이 나의 속세의 때를 벗게 만들고

너 역시 나를 대신해

세속을 떠나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떠나지 못함을 누구를 위해서

어찌 탓할 수 있으랴


세월을 잊힌 채 살아가는 아픔이

어쩌면 너 자신을 위로받기 위한

너의 알랑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올라올 때는

너의 숨겨둔 비경을
운무에 가려
빈껍데기로 바라보는 마음이었다가


정상에 올라설 때의 마음은

푸른 마음을 지닌

네 마음에 동화되고 반하여
운무 낀 동해를 바라보는

하얀 바다가 나를 부르니


나의 마음을
늘 감추기에 급급한 부끄러움을

운해와 운무가

너를 반기어 학이 되어 날아오르게 하였네


운해에 둘러싸인 네 모습을

지켜볼 여력도 없이 올라온 마음이

내가 여기 머무는 시간보다는

네가 떠나온 세월을 충분히 보듬어 주기에는

너의 넝마 살에 살이 되고 때가 되어

오랜 인고의 마음을 지녀온 네가 좋았더라


~ 무릉도원(武陵桃源) 타령가~

- 무릉반석(武陵盤石)

[산성12폭포]



하늘 아래 뉘인

무릉도원 올라서면

넘실넘실 용 구름 타고

12 선녀 내려오네

운해에 앞을 가려

하얀 바다 헤엄쳐 가

네 옷깃에 두 눈 멀어져 가도

하얀 은하수 물결 따라나서는 마음은
네 꿈속을 거닐듯 하고

하늘하늘 져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에

별빛 수놓은 12자리 마음은

이미 떨어지는 폭포 소리 따라나서는 마음이었네


어둠에 지쳐 두 눈 멀어져 와도

행여 이곳이 무릉도원일까 하여

소리 찾아가는 곳이
그곳이 아닐는지 두발 재촉하게 만들고

까륵 까르륵 까르르르 웃는 소리에

거북바위에 올라 잠시 머물러

몰래 숨죽여 지켜보는 마음에


내 심장 소리 들킬세라

12 선녀 멱을 감다

하늘로 다시 날아오를 염려될 세라

내 마음도 하얀 구름 너울 벗 삼아 떠나가네

두타여

두타 협곡 따라 흘러 떠나온 마음을

두타산성 둘러싸인 몸을 어찌하


단신의 몸을 끌고

오고 가지도 못하는 신세에

행여 외길목을 지키면

내님을 마중하실 채비라도 하련 가

누가 누가 훔쳐 보나

외딴 길에 수호천 되어도

길목을 막아 서려는 마음은 온 데 간데없고


두타산성 둘러싸인 고요만이

행여 떨어지는 폭포 소리에 묻혀 잊힌 채

산성 12 폭포 아래에

바람의 흔적만이
그날의 사랑을 지우려 한다네

운해 속 하늘하늘 벗어버린 나풀 자락에

바람의 옷자락에 흘러가는 구름인 듯 허둥대고

손을 뻗어 잡아보지만

산성 12 폭포 아래에는

이내 곧 구름이 학이 되어 날아오르려 하네

무릉도원이 두타산 아래요

그럼 나는

산성 12 폭포에 잠시 들려본 듯한

몽유도원이면 어떠하오

일장춘몽의 꿈인들 기억되면 어떠하오


어서 간들 어서 온들 떠난 간들
한 맺힌 넋두리나 불러보고

그럼 난

예전에 멱을 감지 못한 한을 두드리며
옷 한 자락에 인연이 된

그곳에 잠시 들려

설악의 12 선녀를 데려 오리다

무릉반석이 쉰움산 우물터요

그러면 나는 그곳에 드러누워

학이 되어 날아오르지 못한

그대의 눈물을 오십정에 받아주고


잠시나마 잊혔던

그곳에서 그대와 나누지 못한 회포를

회한의 정으로 남으려 하고픈 마음도 잠시


이곳에 오면

나의 무지의 세계도

그대의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도

모두 무() 의 세계가 되어버리고


계곡 사이사이

흐르는 물줄기 따라 떠나온 마음도

이곳에 서게 되면

(空) 없는 덧없는 마음의 세계가 되어간다


어느새 그대 머릿결에 씌워 줄

꽃물결 대신 띠구름을 잡아주어

한 마리 학이 되어 떠나는 그대는

너울너울 춤추며 떠나는

못다 이룬 신선이 되어 떠나가네

[학소대]



[2018.5.20 두타산, 쉬움산 백두대간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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