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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와 쓰레받기 인생

- 퇴적(堆積)과 응고(凝固)된 마음

by 갈대의 철학

빗자루와 쓰레받기 인생

- 퇴적(堆積)과 응고(凝固)된 마음


시. 갈대의 철학[蒹葭]



빗자루 없이는
쓰레받기는 쓸어 담을 수 없어

빗자루는
쓰레받기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쓰레받기는
빗자루가 다가서기만을 오매불망 하네

빗자루 인생
쓰레받기 인생

빗자루는
죽는 날까지

네가 버린 인생을 계속 쓸어 볼 테야


쓰레받기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네가 버린 삶을 모두 쓸어 담아 갈 테야


나와 그대와의 삶

빗자루와 쓰레받기 인생처럼

어느 곁에 더 가까울까


내가 빗자루 인생이면

그대는 쓰레받기 삶이길 바라고

내가 쓰레받기 삶이라면

그대는 빗자루가 되어주길 바라는 인생처럼
우리네 인생은 처음부터 그랬던거야

그러던 어느 저녁녘에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짐을 하였지

내 인생에 빗자루는 계속 쓸기만 할 수 없었고
그대 인생에 쓰레받기는
계속 쓸어 담을 수는 없었던 거야

먼지와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
퇴적이 되어가고
응고가 되어 간다는 현실을

우리가 익히 외면하면서
모르고 지내며 살아왔었는지도 몰라


그러나 나는

누구의 빗자루와 쓰레받기 보다도

그대가 쓸어 담은

오랜 퇴적된 마음과

오랜 응고된 마음을

쓰레기통에 모두 담아서 버릴 거야


[2018.5.10 청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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