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절의 미학
물과 주전자
- 조절의 미학
시. 갈대의 철학[蒹葭]
주전자에 가득 찬 물을
불에 올려놓고 끓여 보아라
불과 물은 온도와 압력에 따라
처음에는 센 불에서 서서히 달아오르리
그대와 나와의 처음 만남이 그러하듯이
100°시에 다다랐을 때 펄펄 끓는 물을
불 조절을 하지 않고 바라보아라
처음에는 끓는 속도에 가득 찬 물은
뜨거운 불에 점점 물은 승화되고
물은 끓어 넘쳐 스스로 불을 끄게 만든다
그게 그대와 나와의 사랑의 불꽃이었듯이
끓인 물을 다시 식혀
주전자에 물을 생수통에 따라 부어 보아라
어느 한쪽이 균등한지 않은지를
물의 수평이 맞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다시 넘쳐흐르고 만다는 것을
주전자에 힘을 주어
급하게 서두르는 마음 앞에
빨리 용기에 따르려 해 보아라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에 물은
기울기가 맞지 않아
다시 물은 흘러넘치고 만들며
주전자의 물을 생수통에 담으면서도
주전자 밑으로 계속 물은 흘러 쏟아진다
그대와 나와의 만남이
제 스스로 힘 조절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대와 나와의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듯이
걸레로 닦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간다
뜨겁게 끓인 물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점점 식어가지만
식은 물은 더운 갈증에
한 모금의 해갈이 되어간다
조절의 미학
[2018.5.15 청계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