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물상(萬物相)
가야산(伽倻山)
- 만물상(萬物相)
시. 갈대의 철학[蒹葭]
운해 물결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갈까
내 마음도 바람따라 흘러가는데
그대는 어디로 떠나가려고 하오
그대 흔들리는 마음을
바다의 파도에 맡기려고 하면
나의 변하지 않는 마음은
만물상에 출렁져 오는 운해의 물결에 맡기려오
그대 마음 흔들리거든
가야산 중턱 서성재에 들려
서성거리지 말고 잠시 쉬어가더라 여겨
만물상에 올라보오
다시 운해가 일렁져 오면
운해 물결 타고 바다로 떠나지는 말고
그대의 오만가지 상이 섞여있는 만물상에 올라
나만의 그대를 보러 떠나보오
그렇지 아니하면 다시 바다로 갈 거라면
내님 계신 곳인 바닷가가 몇 백리인데
설마 나를 두고 떠난다는 말은 하지는 마오
세월을 등짝에 싣고 떠나왔다고
힘겨워도 하지를 말아다오
운해 물결에 품은 마음 따라가다 보면
그대의 가련한 마음이 곧 만물상이 되어가니 말이오
내님은 알아주겠지요
언제든지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
끝없이 머무는 운해의 마음이길 바라면서
보일 듯이 말듯이 스쳐 지나는
인연의 업보가 만물상이 되었구려
그대 모습 그리다 보면
올라올 때 숨이 차서 바람 한점 없더니만
구름 운해 속 그대 모습 보일라치면
어느새 또다시 구름을 안 기우니 말이오
저 멀리 한 자락 고운 맵시 옷 동저고리에
운해 흰 옷을 걸쳐 입은 낙락장송에
그대 모습은 겨울일 때는 하얀 소복에
흰 두루마리를 두르고
바람과 함께 얼어붙어
사계절의 위용을 자랑 타마는
고요히 쓸쓸히 떠나는
이 드넓은 산야를 지키는
고독과의 처절한 싸움도 곧 끝나느니
봄이면 바위 사이사이 피어난
산철쭉을 그리워하고
운해에 햇살을 늘 비추기를 기다리는 너는
언제나 슬픔을 간직한 두견새이려니
늘 봄이면 철쭉에 잊힐세라
알아주는이 없더라도
서럽거나 지나가는 이 가
설상 너를 반기지 않더라도
설움에 북받쳐 울음을 참지 말았으면 하오
바람의 나라인 설악을 닮은 그대
만물상이 그대라면
나는 그대 멍석이 되어버리는 만불상이 되어가오
금강산의 만물상도 어쩌면
여기 잠시 머물다 그대 인양 착각하리다
[운해 타령가]
너는 운해를 끼어
완전하지 않는
불 완전체의 모습이 더 아름답더라
운해에 가려도
너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미덕
사람의 애간장을 모두 녹이기에
충분히 부족함이 없었던 모습
풍광에 가려도
네 모습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너를 따라잡으려 하면
금세 달아나고
멀리서 보이는 너를 발견하고선
금세 달려가면
다시 그 자리에 없이 달아 나서더라
[2018.5.13 가야산 종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