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시아 꽃 필적에 피어난 마음
내님은 나도 몰라
- 아카시아 꽃 필적에 피어난 마음
시. 갈대의 철학[蒹葭]
5월이 오면 나는
아카시아 꽃 필적에 피어난
외로운 마음 하나 있습니다
가슴 고이 간직한 마음 담아 심어 두고서
아카시아 꽃향기 피어날 무렵이면
의례 그대와 의식을 치르듯이
옛사랑에 묻혀 추억에 잠겨 살아갑니다
그날이 오면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내 코끝을 찌르고
나는 잠시 잊힌 듯
그대 가슴 아프게 한 마음도
잠시 잊혀갑니다
그대 떠난 날 비가 오더니
그대 지난 그 빈자리에는
그날에 우리가 만나고 헤어진 그 카페에는
어김없이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아카시아 꽃이 만개할때
그 향기에 모든 것을 빼앗겨 버렸지요
아카시아 꽃향기가
그대 콧잔등을 무척이나 괴롭히고
진동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던 그날에
나의 사랑도 멈추고
그대의 사랑은
비가 그치고 맑은 날에
아카시아 꽃잎도 떨어지고
더 이상의 보낼 수 없는 아카시아 꽃향기 따라
멀리멀리 떠나가 버린 날
작은 버거운 날갯짓의 퍼드덕 거림도
더 이상에 그대에게선
새처럼 훨훨훨
날아갈 수 없는 존재로 남았습니다
그대에게 늘 흐르는 음악이
다음 곡이 흘러나올 시간에 멈추어 버린
그 짧은 1초의 지나간 사랑
오랜 세월에 인고의 인연이 되었던
그대와 나와의 사랑을
멈추며 가두어 버린 사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대 떠난 마음 앞에
나의 마음은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서
이성은 곧 망각이 되어가고
더 이상의 내 발길은
그대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 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비와 구름을 뚫지 못한 채
갇혀버린 사랑이 되어버린 날
멀리 날아가지도 못한 아카시아 꽃향기에
그대 주변을 늘 맴돌던 내가
오늘은 평상시와 다른
그대 주변을 서성거릴지도 못할 거라 여기면서도
나는 의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아카시아 꽃향기 도움을 받아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그대의 거리를 아직도 걷고 헤매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꽃향기에 나는
그 향기가 그대 향수 인양
술에 취한 듯이 넋두리에 빠져버리고
아카시아 꽃 몽우리
알알이 맺힐 때쯤이면
그대 마음도 이슬처럼 맺힌 마음이 되어갑니다
아카시아 꽃향기 떠난 그 자리에는
언제나 해마다 찾아오는 싱그러움이 있어
7월 포도송이가 익어갈 무렵에
그 긴 기다림일까 하지만
그대를 대신할
달콤함을 다시 채울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이면
밝은 햇살에 반짝이는 아카시아 꽃이
아카시아 꽃 만개되어 피어나는 보담도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기 전에 피어난 마음이
어쩌면 내가 그대를
더 그리워하고
더 사모할는지는 모른답니다
아카시아 꽃 영글고 피어났을 쯤에는
이미 무르익은 그대 마음도
5월에 피어나는
노란 금계국의 마음을 닮은
그대 마음을
어느새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018.5.12 비 내리는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