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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31. 2016

코스모스

- 그녀는 잔인합니다

코스모스

- 그녀는 잔인합니다


                                                          詩. 갈대의 철학


그녀는 잔인합니다.

그 꽃이 아름다워서 꺾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중에서 가장 예쁜 꽃을 가리지도 않고 땄습니다.


인정 사정없이 줄기와 이웃해 있는

또 다른 풀 숲을 헤쳐 볼 겨를도 없이

무차별하게 포획하였습니다


단지

그 이유가 사랑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

말합니다


자~

보여줍니다.

한 손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꽃순들과

피지도 못한 청춘의 사랑이 떠납니다


다른 손에는

가녀린 그녀의 손목 위에 놓인

그 꽃을 바라보면서

그 꽃을 관찰합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왜 이렇게 저 마다 활짝 피는지 아냐고 묻습니다


이것은 비밀의 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벌과 나비가 날아들면

마치 자기가 세상의 모태인 마냥 하면서

가슴을 풀어헤칩니다.

아기가 엄마한테 젖 달라고 아우성치듯이 말입니다.


그녀는 앙증스럽습니다.

아기 같은 고사리 손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꺾어 쓰러진 그 꽃을

한 마디도 미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짧게 잘린 마디를

다시 재차 한 번에 쉽게 꺾이지 않는

그 꽃의 생명력을 잇지 못하고

마녀 같은 기다랗게


그리고

악마의 성에 다다를 수 있고 건널 수 있다는

길고 가느다란

그녀의 손톱만이 생명력을 이어갑니다.


꽃지고 바람 부는 날에는

언제 끊어질지 모를 다리를 염려하면서도

그때는 아마도 퇴색된 마음이 변치 않기를

기도드립니다.

 

20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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