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송
악양 들녘을 거닐며
- 부부송
詩. 갈대의 철학
오랜 세월 누구를 기다려 왔는지
그래도 혼자 아닌 둘이니 말이다
기다림에 지치지도 않을 것이요
달빛 없는 그믐에 부엉이 울음조차 없는
기나긴 밤 외로움도 의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덩그런 악양 들녘에
유수한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이유가 있었더냐
구름도 쉬어가지 않고
바람도 거르지 않는 이 드넓은 황야를
오랜 세월 누구를 위해 이어 왔는지
오랜 세월 누구를 위해 버티어 왔는지
오랜 세월 누구를 위해 인내해 왔는지
너와 내가 한 몸이 된지도
어언 한 세기가 지났거늘
어찌 너희는 변함없이 그곳을 지켜왔느냐
허송세월이 내 모습이라면
음풍농월이 네 모습 이더구나
악양 들녘의 허공 된 모진 풍파도 이겨내고
섬진강변 따라 거닐던 옛 뱃길은 어디 가고
쓸쓸히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을
자리매김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더냐
늘 같은 자리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너는
서로의 의지가 누를 끼치지 않을까
괜한 염려 되어 앞서는 마음을 되짚는다
떠나는 것은 이제 내 몫이 되었지만
기다리는 것은 네 몫이 아니더냐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나를 두고 떠난 다는 것이 현실감이 없구나
자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가 되었구나
섬진강이 네 벗이요
저 드넓은 악양 들판이 또한 네 벗이 있기에
다시 돌아올 때에는 기약 없이 돌아오겠지만
떠날 때에는 말없이 조용히 떠나련다
바람에게 간간히 너의 안부 전해달라 하며
구름에게 긴 여운의 끝에
이슬 점찍어 날려 보내
내 소식을 대신 전해 주도록 하련다
2016.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