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에 어딜 가고 살아서 돌아왔구나
수달 씨
- 가뭄에 어딜 가고 살아서 돌아왔구나
시. 갈대의 철학[蒹葭]
달빛 어린 동지섣달에
눈 내리는 빙판 위를
거울 삼아 노닐던 재간둥이야
엄동설한 달빛 없는 그믐 달밤에
피난길에 올라
어언 몇 해가 지났어도
그때 네 모습 잊히지 않았었는데
하늘이 갈리고
땅은 갈라지는 아픔을 이겨 내고
어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달라 하였 것만
가을바람 불어오는 소리에
한 점 없는 달밤이 그리 야속할진대
그 흔한 마음에도
서운한 감정도 없이
단 한 번 달빛에 감추어둔
네 마음도 드려 내놓으니 말이다
더욱 짙어만 가는 가을들녘에
하얀 초승달이 네 눈썹을 닮아가고
님 소식 기다릴라 지쳐가는 마음을
님 소식 대신 반가운 기척소리에
내 마음이 그리 멀지 않은 지척에 둔다
저 멀리 가을바람따라 나서는
수양버들 벗 삼고
하늘거리는 네 율동에
내 마음에 억장을 무너지게 하더니
이리저리 춤추며 노니는
너의 날렵함과 수려함에
다가와 웃어주는 미덕이
꼭 내 님인 줄 착각하였으니
어찌할 바를 몰라 다가가는
주춤거리는 내 마음을 어찌할꼬
가뭄에 갈 곳 잃어
숨어 지내는 심정이야
오죽이야 하였으라 마는
짙어가는 가을바람에
기어이 네 소식도 접해보고
나를 반겨 주어 찾아오니
반가이 살아 돌아와 주는
이 기쁨은
너를 향한 덧없는 마음이
한량없다 하겠다
2018.9.1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