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염없이 맞아도 아프지 않아
겨울비 내리는 하늘에
- 하염없이 맞아도 아프지 않아
시. 갈대의 철학[蒹葭]
눈을 감고
무심코 올려다본 겨울 하늘에
가로등 불빛이 나리길래
하얀 눈이 내리는 줄 알았어
이 비를 맞으면 지난날에
부드럽고 살콤한 네 살내음과
향기가 없었던 날에 너와의 키스
그래서 그런지 금세 반응이 왔던 걸까
하기사 네 뜨거울 때 찬바람 불고
내 차갑던 마음에 널 그리워하던 날
감촉이 달랐던 거야
서로가 내리는 빗물에
눈물인지 땀 인지도 몰랐지만
그때는 그게 그토록 뜨겁게 하면
모든 것이 사랑인 줄 알았으니까
겨울비 내리고
우산도 없이 걸었다
내리는 내내 빗줄기는
너와 나
그동안 내리는 비에
그 긴 겨울을 잊고 지내왔었던 것 같았어
너와 함께한 그 뜨겁던 여름날에
소낙비 피하던
어느 조그마한 움막집에서
나눴던 그리운 얼굴들이 기억날때면
여름에만
네 머리 위에 비가 내리는 줄 알았어
눈 아닌 겨울비 내릴 때
너와 헤어진
그날처럼 비가 억수로 내렸었지
내 머리
내 가슴
내 마음까지
송두리째 비수 되어 창 꽃(花) 되어 가던 날에
네 마음은 서리 내린
아주 작은 꽃으로 피었었지
마치 하얗기만 하던 것이
차갑게 내리던
그위에 또다시 내리던 마음들에
당차게 내렸던 네 사랑도
금세 흩어져
사라져 간 마음들 앞에서
내리는 빗물에 녹아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잊혀 가던 날
그 해 소낙비는 어딜 가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내리며 걸어왔던 그 길가에
아직도 지난 눈을 맞을 때처럼
함께 뒹글고 걸어왔었던
지난 기억들이 생각나고
그 못 미더운
마음들이 생각날때면
모두 다 어딜 가나 싶었지만
지금도 내 곁에는
오늘이 있어
그 길을 스쳐지날 수 있는
네 마음의 빈자리가 남아있어
이제껏 우산도 없이
배회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
2018.12.4 새벽 비 내리는 만종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