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城)

- 피지 못할 운명 지키지 못할 인연

by 갈대의 철학

모래성(城)

- 피지 못할 운명 지키지 못할 인연


시. 갈대의 철학(蒹葭)




우담바라여

오랜 세월 속에서 피우지도 못할
네 운명의 장난을

비단 그 꽃을 지키며 가꾸어 가는 것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며
오래도록 견디며 간직하는 것이
무상한 세월에 덧없는 인생을 쌓게 만들었구나


네 허송세월만이라도 있었으면
지금껏 네 모습 잊힐 날이 한없이 많았었건만

겨우내 찬바람도 이겨 낸
너의 갸륵한 정성에
이제껏 공덕을 지켜왔다 손 치더라도
나의 온정은 네 탓이라 부르지 않으련다


어찌 갈대숲을 지나서

바닷가 어느 오붓한 동산 오솔길을 지나오면서

파도에 실려 떠나는

오래전에 빛바래어 온 백사장 언덕 너머에 있을

모래 위에 쌓아둔

아주 조그마한 모래성 하나

네 피지 못할
3천 년을 지켜은 순결에 비할 데도 못 되는
고이 접던 네 손을 펴고
내리는 눈을 맞이하며 식어 사라지는
같은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이슬이 되어갈 뿐이었다


망향정에 올라
멀리 지는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네 시름에 지쳐 지켜보는 마음을

그대는 그저 바다만 바라볼 뿐
아시는지,


작은 마음을 지녔던 그곳에서
위를 바라다볼 수 없마음 지님을
네 이곳에서 서럽게 울부짖은들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었을까
가슴 울어 서럽게 하니 말이다


어느 날에 한적히 비 내리던 이곳을
아주 무심코 지나쳤을 때
바다의 못내 순한 마음을 기다리기까지
늘 한 곳을 응시하다 못해

이제는 떠나야 할 때를 잊어렸었다


바다와 맞닿는 곳에서

잠시라도 떠오르는 희망을 기다리기까지

포말이 밀려오는 파도에
모래 발자국과 함께 온 데 간데 없다지만


저 하늘에 빛나던

별빛 나린 언덕 위를 걸어온

너의 발자취는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면

천년을 기다려온 마음도

한 순간 부서지는
저 파도 속의 포말에 함께 부서지며 잊히리

그리고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에
하얗게 내리며 쌓여가는
네 마음에 꽃이 피고

그 꽃이 녹아 맺힌
네 눈물을 나는 진정으로
네 모습을 우담바라라 외치며 부르리


눈내린 청계천
동대문
동대문역사 문화공원

2018.12.13 눈 내리는 을지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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