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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 세월의 강

by 갈대의 철학

동심
- 세월의 강


詩. 갈대의 철학


어릴 적 내 마음은 구름이었다가
조금 안다 하는 바람이었다

굴렁쇠 잡고 굴리다가
돌부리에 튕겨 달아나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에
작대기 집어 들어
처마 밑 제비집 털려고
엄마 제비 날갯짓에 그만두고

산길 가는 길목에 풀 매듭 만들어
숲 속에 숨어
재 너머 마을 넘나드는 이 있어
늦게 쉬어가라 "어이쿠야" 발에 걸리게 하며
"키득키득" 서로의 손으로 입 막아가고

가을에는 도토리 따다가
딱총 만들어 "딱딱딱"
"아야 누구야"하는 놀란 새가슴 움켜쥐고
숲 속에서 몰래 숨 죽여 지켜보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동네방네 가는 길목마다 웅덩이 파고
그 속에 살얼음 만들어 풍덩하게 만들고
"이 녀석들 개 섯지 못할까" 고함 소리에
냉큼 앞도 안 보고 줄행랑치고

여름날 소낙비에
내 키 보다 더 큰 토란 우산 받쳐 들고
"쏴아아" 시원스레 내리는 빗줄기야
힘겨운 듯 물레방아 마냥 자연스레 썰매 타듯 하고
서로 경쟁하듯 하여 얼굴 비벼대 가며
함께 빗물 받아먹던 그 시절에

이제야 저제사 세월의 강을 건너지만
세상의 변화무상함이 주는 너의 의미에

반겨주는 이 없고
퇴색함을 잃지 않은 너의 고운 자태에 반해
오늘도 빨간 저녁노을에 늘 취해있구나



201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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