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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발과 인생

- 술타령 달타령

by 갈대의 철학

막사발과 인생

- 술타령 달타령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술아 술아

네 품이 내님보다 더 좋다 보니

아니 사발로

아니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더구나

네 술잔 막사발을
장날에서 사자마자 패데기쳐버렸네

네 오랜 인품을 땅에 떨어뜨리기 위함도 아니니

술에 아니 취해도 좋겠다는구나

술맛 좋으라고 내 너를

그래서 한번패데기쳤버렸네

그랬더니 술맛이 더 당겨서

두 번 더더 패데기 쳐 보니

이제는 술을 따를 수가 없는 지경에 까지
가버렸지 무언가
그래서 네가 그리우니 어떻게 하겠나
내 너를 위로함도 아니요
슬퍼함도 더욱 아니니
내 편함을 위해 다시 없이 두 다리를 다시 폈지 뭔가

그랬더니 처음과 달리

더 멋스럽고 애잔한 잔이 되어버려서

그만한 풍류를 잊기에 충분하였네


손뼉도

짚신도 짝이 있거늘

새로 산 막사발 한 개는 패데기 안쳤지 무언가

왠지 아는가 말일세

세상에 모든 소리는

둘이 맞지 아니하여 소리가 나는 법일세

양쪽이 같으면 소리의 빈틈이 없어

소리가 새어 나오지가 않으니 말이야

그걸 보면

세상의 모든 이치는 살아있던 죽어있던

움직이던 안 움직이던

달아나는 숨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그런데 그 사발로는 술 안 따라지더군

역시

술맛이든 인생이든

오래 쓰고 닳고 달아 헌신짝 되어가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걱정이 덜하잖은가



달아 달아
달을 어깨에 걸터주랴

달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랴
머리는 한 개요
어깨는 두 개라
그럼 양어깨에 한쪽은 그대 사랑을 얹고
나머지 한쪽은
그대 마음을 머리에 이고 짊어지고 가리

가슴은 하나이니

이 품은 오로지 그대의 문이 활짝 열리거든

네 반가이 찾아오면

내 기꺼이 너를 반기어 열어 둠 세나

이 래저 래나

달을 벗 삼으면 나는 좋으리

달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그대를 사모하며

달을 바라보는 두 눈으로

그대를 사랑하리

그대 달의 인기척에 놀라지는 마오

나의 헛기침은
그믐달에도 산짐승들도 놀라지 않으리



모든 인연은

술 앞에 죄인이다


2019.1.10 떠나는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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