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백산(咸白山)
바람 불어도 좋은 날(백두의 태생)
- 함백산(咸白山)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동해의 푸른 기운
함백(咸白山)의 높은 기운아
업둥이 업고 새벽을 나설 때면
밤하늘 별빛 쏟아지듯 찬바람에 참서리 내리치고
모시적삼 뒤로 눈물 젖셔오듯이
감추신 어머니 뒤안길에
하늘 내리는 흰 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에
하얀 소복을 포근히 감싸 안으며 떠나 보냈다
일찍이 그대 흰 저고리에 배냇저고리를 걸치고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기워입게 하셨으니
장엄한 대 자연에 포효하는 일출에
첫 동냥에 한 끼 더 먹일세라
어린아이 칭얼거림도
꾸억 꾸억 넘지 못하는 중함백(中咸白)을 어이 넘을거나
거센 항쟁에 바람에 구름 떠밀려 일듯이 오고
네 등살에 못 미더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네 진자리에는 어김없이 붉은 기운이 솟구치고
내 마른자리에는
오늘도 인내를 감내하며
백두대간 그 고운 미소의 미간에 햇살 드리치면
네 심장의 빗장을 빗대어 걸지 말지어다
함백(咸白山)의 기상이여 깨어나라
함백(咸白山)이여 일어나라
자뭇 이곳에서 들려오는
네 함성의 메아리는
천하를 호령타 못해 쓸쓸함을 건네주는
엿물 넘기 우듯이 울먹거려 넘지를 못하고
저 백두까지 절규가 미치지 못함을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오는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을 도려내어도
깊은 마음에 동정심을 구하려고도 하지 마라
함백(咸白山)의 도드라진 잎새에
어제의 칼바람은 유구한 역사가 파여와도
네 모습은 언제나
이곳에서 지켜보고 바라보는
슬픈 아픈 역사를 뒤로하는
가슴에 품은 마음 하나만은 변함이 없었다
봄에는 철 따라 피어나는 야생화에
잠시 그 기나긴 겨울을 잊은 듯이 피어나고
은빛 물결치는 구름 위를 걷노라면
한시도 떠나온 그날을 못 잊는 듯 잊은 듯이 한다
2019.1.20 백두대간 함백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