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잠을 잔다
나무가
- 겨울잠을 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무야 나무야
겨울잠 자는 나무야
동녘에 해 뜰 때 내 날개 없이도
네 나래짓에 남몰래 쑥쑥 크더니만
겨울 다 가고 이른 봄을 기다릴 테야
그동안 잊은 네 모습의 변할세라
너를 다시 대하기에
어설프고 그리운 마음만을 키워냈었구나
모진 풍파 속을 견뎌온 겨울에도
눈처럼 하얀 속살을 드려 내놓고
민망하게 부끄럽지가 않았거늘
아지랑이 피어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성거릴 테야
또다시 파란 새싹이 돋아나야만
그제야 한 겨울에
숨겨놓은 옷을 꺼내놓고
떠나갔던 마음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나는 아직도 알지를 못하였구나
추운 한겨울에 제 삶을 모두 털어내어도
울지 않았던 용기를 길러준
네가 늘 곁에 있어
진정 한량없이 고맙고 미더웠네라
2019.1.20 함백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