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연(事緣)

- 이유(理由)

by 갈대의 철학

사연(事緣)

- 이유(理由)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연 없는 이유가 어디 있게 소만

그대

그래도 알량한 달콤한

한마디 말이라도 건네주고 떠나 주오

그러면 언제 끝날지도 모를

마음의 공황이 오더라도 칠흑 같은 터널 속을

빠르게 지나는 기차에 가볍게

이 한 몸 싣고 떠날 수 있으리오

그대 자존심이 허락하고

나의 이성에 가까운

감성이 통제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들려주었으면 더욱 바랠 길 없겠소

해 떨어지고

둥근달이면 더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면

그믐달이라도 좋소

내 떠나온 발길에 갈길은 머나

그대가 내 청원을 들어주면

나그네 발길 길 잃어버리더라도

떠나온 이 길을 익숙지는 않으리다

떠나온 만큼

갈길 먼 길에 희망이라는 불빛이 있기에

내 진정 용기 내어

다시 돌아올 때에는

깊이 그대에게 못다 한 말을

하염없이 내리던 그해 눈 꽃송이처럼

봄비 나리 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정처 없이 그대를 기다리는 중 이외다


2019.2.19 일본 삿포로 닛카 위스키 공장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은 번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