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살다 내가 사라졌다

조용한 오후, 거기 나만 없었다

by 늘새미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하지만, 이유식을 먹일 때면 한없이 못난 엄마가 된다.

2시간에 걸쳐 만든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를 보면 마음속 깊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안 먹는 거야!


이 사진은 너무 준수하다. 음식물이 바닥으로 가면 짜증이 오른다.



문화센터 촉감놀이 교실에 갈 필요가 없다. 음식을 온몸을 이용해서 느끼는 아이를 보면서 치울 걱정이 앞선다.

이유식 책에서는 그렇게 먹는 모습조차 사랑스럽다는데 왜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지?

자책 한 숟가락을 삼킨다.


무릎을 꿇고 아이가 흘린 이유식을 닦는다.

치울 걱정이 앞서 엄마를 보며 웃는 아이의 예쁜 미소보다 더러워진 바닥에 눈이 간다.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는 내 모습이 영락없는 하녀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낮잠을 재운다.

제발 자라.. 제발 자라...

주무시는 자리 옆에서 자리를 뜨는 것이 들키지 않게 유령처럼 나와야 한다.

몸은 그대로 아기 옆에 두고 영혼만 스르륵 빠져나가고 싶다.

아니면 바닥이 열려서 나만 그쪽으로 쑥 떨어져 몰래 빠져나가고 싶다.

하지만 어린 선생님은 어림없다.

어딜 나가느냐고 울음으로 호통을 친다.


드디어 무사히 빠져나오기 성공...

하루 중 가장 달콤한 시간을 드디어 맞이한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찰나,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치워야지.

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엄마의 자유 시간은 맞지만, 양적으로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면 집안일을 안 할 수가 없기에 그만큼 자유 시간은 뺏기게 된다.


휴, 이제 좀 살겠네.

일단 소파에 눕는다.

카카오톡을 열고 메시지를 보고, 사람들이 바꾼 프로필 사진을 구경한다.

다들 멋지게 사네.

확인할 것 다 확인했는데 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유머 글이나 정보 글을 탐색한다.

가볍지만 흥미로운 것들을 눈에 넣고 있을 때,

그분이 부르신다.

다시 잠들길 바라지만 울음은 더욱 커진다.

예이~ 나으리~ 갑니다요...




이런 나날이 반복되자 문득 나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누워서 폰을 만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나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날, 내 안에서 조용히 하나의 문장이 생겼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그리고 나는, 나를 다시 꺼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