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아이 말고 내 생각

내 생각은 어디로 갔을까?

by 늘새미

첫째 아이를 낳고 한 달 뒤, 생일을 맞았다.

그 무렵 한 해 먼저 출산한 친구가 백화점 상품권을 생일 선물로 주며 이렇게 말했다.


"야, 립스틱 하나라도 너한테 쓰는 걸로 사. 아기 뭐 사줄 생각 하지 말고."


과연 선배 엄마 다운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 가슴에 콱 박힐 줄 몰랐다.

내가 완전히 '아이 전용 인간'이 되어 있었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물건을 사러 가면 육아용품 코너로 직진했고, 대화의 주제도, 사진첩도 온통 아기였다.

전에는 엄마들의 카톡 프로필이 왜 죄다 아기 사진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내가 아기를 낳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기는 눈부시게 예쁜데, 나는 초췌하고 무기력했다.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작고 연약하지만 경이로운 존재를 온몸으로 돌보는 나날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 모든 하루는 아이를 중심으로 흘렀다.

그런데 친구의 말이 내 머릿속을 멈추게 했다.


"나는 지금, 뭘 갖고 싶어하지?"


립스틱은 아니었다.

씻기도 어려운 마당에 화장은 사치였다.

옷도, 건강식품도 떠올려 봤지만 '정말로 원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질문을 되풀이했다.

"나는 지금, 정말로 원하는 게 뭐지?"


낯설었다.

그리고 너무 오래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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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적어도 하루에 10분은 내 생각을 하며 살겠다고

조금씩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다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아주 조용한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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