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운전은 누가 다 했을까

매주 수요일 연재 | 브런치북: 가족여행의 기술

by 늘보나무

<작전명 : 핸들 앞에서 울지 말 것>


[작전 소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작전.

목표는 단순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 단, ‘대륙 횡단급 장거리’란 점이 함정이었다.

수행원 5명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했다. 아니,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은 면허증을 꺼내 보자마자 미션 아웃. 유효기간이 지난 걸, 렌터카 인수대에서야 깨달았다.
“네 면허 지난달 만료됐는데?”
“유효기간이 얼마야?”
“1년!”
“…아, 그래?”
순식간에 난이도가 상승했다.
아버지도 한때 의욕을 보였지만, 초대형 SUV를 보고 “나는 안 되겄다”라며 스스로 하차.

결국 운전대는 나, 남동생, 남편—세 명이서 나눠 맡게 됐다. 그 순간, 여행의 키워드는 ‘관광’이 아니라 ‘교대근무’가 됐다.


[작전 시작]

새벽 5시,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안개에 잠겨 있었다. 이층집 안에서는 7명의 한국인 가족이 부지런히 짐을 싸고, 분주히 차에 실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기적처럼 예정 시각인 5시 반에 출발했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이후로는 4시간 반씩 번갈아 ‘운전 → 교대’식 근무 세 번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첫 구간에서는 모두가 타국 새벽의 고즈넉함에 취해 있었다. 창밖 풍경이 10분마다 바뀌자 모두 감탄 모드였으나, 곧 대화는 줄어들었고, 하나둘씩 조용히 수면 모드. 누군가는 입을 벌린 채 , 누군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목이 꺾인 채 졸았다. 운전석에서는 껌 씹는 소리만 리듬을 타고 있었다.

같은 날 다른 시간대. 닮은 듯한 미서부 도로


햇살이 고개를 들자, 뜨거운 자외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무릎 위에 양산을 펼쳐 ‘개인 그늘막’을 세웠고, 아버지는 벌초용 마스크를 장착하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운전 필수품 : 가습기, 팔토시, 자외선 차단 모자, 선글라스 , 손수건


[전 과정]

첫 경유지에 도착했을 때, 환호 대신 한숨이 터졌다.
“드디어 왔다!”

가 아니라

“또 타야 하는 거지? 이제 얼마나 남았어?”
아버지가 한 마디 보탰다.
“이건 노인한테 너무 무지막지하다…”
그 말이 서부 사막 바람을 타고 멀리 울려 퍼졌다.
두 번째 경유지, 라스베이거스.

즐비한 호텔들을 뒤로한 채 마지막 수행원인 남동생이 액셀을 밟으며 푸념했다.
“벌써 4시인데, 호텔 체크인하고 쉬다 저녁 먹으러 가는 게 정상 아니냐?”



[작전 종료]

밤 8시 반, 드디어 최종 목적지 페이지(Page)에 도착. 주차까지 마치자 전원이 본능적으로 물개 박수를 쳤다. 식사할 흥도, 체력도 남지 않은 우리는 숙소 카펫 위에 옹기종기 모여 덜 익은 컵라면과 김치를 허겁지겁 먹었다.

각자 침대로 기어들어가며 든 생각.
'아… 그래도 미션 성공했구나.'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한 속마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이 일정은 안 된다니까…”


목적지엔 무엇이 있었냐고요?
그곳엔 어머니 품 같은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앤텔로프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1
그랜드 캐니언2
그랜드 캐니언3
브라이스 캐니언


그리고 그 앞에 선 우리는… 이미 대(大) 피곤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원래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은 좀 피곤한 법이니까요.



[예정] 4화- 그 많던 돈은 누가 다 썼을까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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