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색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고통은 언제나 곁에 있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그보다 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바로 소속감이었죠.
어릴 적,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였어요.
폐허 속에서 자라며, 그게 당연한 삶인 줄 알았어요 —
다른 집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나는 사랑했어요.
뭔가 하나쯤은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깊이 사랑했어요.
하지만 점점 알게 됐죠.
사랑만으로는 모든 것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요.
그때부터였어요.
나는 방어적으로 살기 시작했어요.
말을 삼키기 시작했어요, 침묵당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어요 —
기대할수록 상처도 깊어진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나는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건 선택이 아니라 본능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무색의 츠쿠루 타자키를 읽게 되었어요.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났어요.
츠쿠루는 자신이 무색하다고 믿었어요.
반면 그의 친구들은 색을 지닌 이름을 가졌죠.
그는 자신 안에는 특별함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 마음, 나도 알겠더라고요.
고통이 정체성이 되어버리면,
그 외의 모든 것이 흐려져요.
고통이 색이 되고,
나는 그림자가 되죠.
하지만 사실,
츠쿠루에게도 색은 있었어요.
그저, 스스로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걸 깨닫고부터 나는
조금씩 나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나는 무색이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많은 색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그 모든 색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