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색을 알아가기 시작한 순간

내 색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by Neuldam

내 색을 발견한 건 단번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어요.

조금씩, 조각조각 깨달아갔죠.

그 중 가장 먼저 알아챈 색은 ‘헌신’이었어요.


어떤 날은, 세상이 마치 나에게도 공평한 것처럼 착각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여요.

내가 주는 만큼 되돌아올 거라고,

내가 가진 이 강렬함이 누군가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지쳐 있는 내 모습이 ‘도움이 필요한 신호’가 아니라

‘무능함’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모든 일에, 모든 관계에, 모든 감정에

‘전부’를 걸어요.

‘완전함’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몸이 무겁고, 머릿속이 멈추고,

그저 조용히 안기고 싶은 날이 오면

스스로를 탓하게 돼요.


가끔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어요.

모든 걸 해낼 필요는 없다는 걸,

쉬지 않는다고 상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감정을 느끼고, 부족할 수도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자꾸만 자책해요.

더는 버티지 못하는 나를,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를,

예전처럼 불타오르지 않는 나를.


그럴 때 깨달아요.

나는 세상이 내 헌신을

같은 무게로, 같은 온도로 돌려줄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아요.

돌려줄지라도, 같은 방식은 아니에요.

그리고 어쩌면,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배워온 방식일지도 몰라요.

모든 걸 다 내어줘야만

쉴 자격이 생긴다고 믿어버린 그 방식.


하지만 요즘 나는

조금 다른 걸 시도해보려 해요.

무너지기 전에 멈추는 연습,

자격 없이도 나를 사랑해보는 연습,

누군가를 아끼듯, 나를 바라보는 연습.


아직도 넘어지고,

아직도 자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이제는,

그걸 알아차릴 수는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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