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음악: “Lovely” — Billie Eilish, Khalid
어딘가에, 아무도 오래 곁에 둘 수 없는 소녀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밝게 웃었지만, 늘 어딘가를 — 아니면 누군가를 — 애타게 찾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좋은 사람이 다가오면…
오래된 저주처럼, 그녀는 다시 사라졌다.
그녀는 늘 그렇게 사라졌다.
늦은 오후의 속삭임처럼.
목욕 후 김 서린 거울처럼.
붙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꿈처럼.
그녀는 착했고,
다정했고,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녀 안의 저주는,
머무는 법을 허락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가까워질수록, 그녀 안의 무언가가 아프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여 왔다.
이름조차 없는 불안이 피어났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가던 관계가…
그녀의 뒷모습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누구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녀를 쫓아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떠났다 — 마치,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는 걸 막기 위해 도망치듯이.
사람들은 말했다.
“차가운 아이야.”
“정이 없는 애야.”
하지만 진실은,
그녀는 너무 많이 마음을 썼기 때문에,
머무르지 못하는 자신이 더 아팠다는 것이다.
마치 그녀 안에 진짜 유령이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다가오면, 그 유령은 늘 이렇게 속삭였다.
“먼저 떠나. 네가 상처 주기 전에.”
그래서 그녀는 떠났다.
전하지 못한 편지를 남기고,
받지 못할 사과를 마음속에 숨긴 채,
좋은 것을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조용한 침묵만 남기고.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소녀가 나타났다.
그 아이는 무거운 공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긴 침묵에도, 갑작스런 사라짐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았다.
유령 소녀가 일부러 거리를 두어도,
벽에서 고통이 흘러내릴 때에도,
모든 것이 “도망쳐”라고 외쳐도,
그 아이는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유령 소녀는 말했다.
— “너는 몰라. 나한테는 저주가 있어. 언젠가는 또 사라질 거야.”
그 아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 “괜찮아. 나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그래도… 나는 머무르기로 했어.”
그날 밤, 저주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도망치고 싶었고,
여전히 상처를 줄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손길이 따뜻하게 닿아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고 해서
매번 사라질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그녀는 여전히 조금은 유령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개 너머까지 바라봐 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위해…
그녀는 머무르기로 했다.
조금 투명해도,
조금 부서져 있어도,
그녀는 남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녀 안에서는 새로운 우정이 천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둠을 피해서가 아니라,
그 어둠 속까지 봐준 누군가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