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그녀는 스스로를 여는 것밖에 몰랐다.
햇살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향기를 아무에게나 나누며,
바람의 손길에 몸을 맡겨 춤추었다.
세상도 자신에게 그만큼 다정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은 늘 산들바람만 불지 않았다.
꽃잎을 찢어버리는 매서운 돌풍이 찾아왔고,
거센 빗줄기에 고개가 꺾일 만큼 무거운 밤이 있었으며,
따뜻한 손처럼 다가와도 꺾어버리는 손길도 있었다.
해마다 그녀는 버티고 또 버텼다.
필요할 땐 스스로를 닫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묵묵히 견디며,
달콤함만으로는 삶을 지탱할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시간은 느리고도 잔혹하게 가르쳤다.
가장 연약한 존재일지라도 살아남으려면 갑옷이 필요하다는 것을.
멀리서 보면 여전히 예전의 그 꽃과 같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줄기 속엔 쉽게 볼 수 없는 비밀이 숨어 있다.
가시. 위협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며 남은 상처의 흔적.
누군가 왜 이렇게 여린 꽃이 날카로움을 품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바람의 폭력 앞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살아남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