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속 퇴사 이야기를 소비하는 마음

by 늘연

며칠 동안, 생리 전 증후군으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괜히 별거 아닌 것도 실수한 것 같이 받아들여져서 여느 때처럼 '책이나 읽자'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회사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이북을 꺼내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 손에 잡히는 휴대폰을 들고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것들을 보고 있었다.


현재 나의 인스타그램은 소위 말하는 눈팅용(보기만 하는 용도)이다. 현재로선 주로 도서 추천을 받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독서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오랫동안 철학, 심리학 서적 위주로 읽어와서 최근 고전, 소설에 손을 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말로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것) 퇴사 후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에 도전하는 인생의 큰 변동성을 그린 콘텐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아침,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무심코 위로 스크롤 해서 올리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을 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 착 가라앉는 감각이 느껴졌다.




SNS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분명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적어도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것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한 시간, 그리고 지금 흐르는 시간까지도. 한 사람의 중요한 시간들이 몇 초의 콘텐츠로 생산되어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는 나.


한 사람의 삶을 너무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았는가


아니, 누군가에겐 기록하고 정리하는 방식일 것이다.


삶의 요약본이라고 받아들이고 소비해도 되나?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몰랐지. 마음 한편에선 한 사람의 삶을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동안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삶을 드러내지 못하면 뒤처지는 사람처럼 느끼게 되는 구조가 문제인 걸까. 그저 사람들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뭐든 올려보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느려지기를 원하는데, 우리의 삶 마저 빠르게 소비해 내라는 독촉장도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변화라니. 잘 모르겠다. 난 아직은 요약되지 않은 이야기 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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