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소설 <다 하지 못한 말>

여운으로 다른 책을 시작하지 못하는 중

by 늘연


임경선 작가의 소설 <다 하지 못한 말>을 읽기 전, 평범한 사랑과 이별의 서사를 예상했다. 그런데 책장을 덮은 후 남은 감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독백을 따라 난 완전히 여자 주인공이 되어서 책을 읽었다.


소설 속 남자는 내가 아주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였다. 피아니스트인데 현실이 고달플 때 여자를 우연히 만나 현실에서 도피한다. 막상 본인의 상황이 나아지자 만나지 못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 손이 풀렸다는 눈치 없는 소리를 하고 당분간 이라는 뻔한 말로 이별하려고 한다.


소설 속 여자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일상은 안정적이지만 사랑을 함에 있어서 균형 감각이 부족했다. 브레이크 없이 상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자신을 위태롭게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이별 후에 무너지고 만다. 이별 후에 어떻게 해서든 일에 몰두해보지만 심한 불안감에 공황이 찾아와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누구나처럼 헤어진 이유를 찾고 구질구질하게 연락도 해본다.


사랑의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섬세해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감정 그릇의 총량도 차이가 컸고 소모하는 속도도 치우쳐져 있었다. 다시는 그런 감정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남았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들 한다. 관계를 끝낼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은 덜 사랑하는 사람이고 더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더 만들지 못할 까봐 두려움에 키를 쥐고 흔드는 대로 흔들리기 마련이다.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현실에서는 연인끼리 밀당이라는 걸 하기도 한다. 참 부질없게도 말이다.


좋은 메세지를 위해서는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관계에서 강자라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어느 관계에서든 강자가 된다. 내가 여자 주인공에게 몰입하여 책을 읽었던 건 비슷한 이별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거가 고통스러워서 그것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딱지를 붙였다. 그저 미숙함, 관계 중독, 멍청한 소모전 정도라고 말이다.


난 책을 읽고나면 그 다음 책을 빠르게 찾아 읽는 편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는 다른 책을 집지 못하고 있다. 며칠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찾아 읽고 있다. 아무래도 다음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실용서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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