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직업 군인이다. 임관 후 18년 이상 근무한 모태 군인이다. 부지런하고 계획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변수에는 유연하게 대처한다. 남편은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거나 러닝을 해왔고 어떤 날은 5km, 10km씩 뛰고 집에 온다. 하루는 남편에게 운동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하기 싫을 때도 있지. 그런데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뚱아리 밖에 없다고 생각해."
남편이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동기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내 남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을 닮았으면 좋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죽든 말든 분명 그런 각오로 오랜 시간 우울증이라는 시련을 넘어왔다. 몸뚱아리 움직이는 게 귀찮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원하는 걸 할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임테기 사태(?)를 겪은 후 약 없이 버티기 위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규칙적이었던 밥과 잠의 패턴을 유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햇빛을 자주 보고 가벼운 뜀뛰기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러닝이 그야말로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거다. 러닝 외에 다른 것들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다. 새로 시작한 건 약간의 러닝이다.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했는데 다음날 꽤나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난다.
숨만 찰 정도로 가볍게 뛴 다음 날, 잠에서 깼을 때 무너져내리는 듯한 감각이 없었고, 별생각 없이 몸을 일으켜서 출근을 준비할 수 있었다.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한 탓에 다음날 온몸이 아프기도 했는데 그럴 땐 무리하지 않고 러닝을 하루 정도 건너뛰어도 괜찮았다.
게으름을 무기력감으로 포장해 왔다 해도 뭐 어떤가. 뛰고 나서의 상쾌함도 여전히 느껴보지 못했다.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내부면 좋겠지만 외부라고 나쁜 건 아니다. 어쨌든 이번 시련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