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거리

by 늘푸른

한 친구에게 퇴근길에 공사장 근처는 위험하니 좀 멀더라도 길을 돌아가라고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는 ‘아악, 싫어.’라고 대답을 해서 당황했었다.


그때는 내 걱정 어린 말들이 잔소리처럼 들렸나 내가 너무 선을 넘었나 자책을 하고 의기소침했었다.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인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정한 거리는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까

어떻게 해야 관계 유지가 될까


동그라미, 세모, 네모 친구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트리오다. 대화방을 만들고 하루 일과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해서 잘 알거라 막연히 생각하게 되고, 미운 말들과 행동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마음에 상처가 남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곤 했다.


어느 날 동그라미는 세모의 평범한 대화의 한 마디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는다. 동그라미의 슬픔을 세모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꺼내며 대화를 하게 되면 서다. 가족들조차 슬픔이 상처가 될까 조심하고 언급을 자제하는데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이에게 친구의 슬픔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는 모습에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 후에 동그라미는 친구들과의 대화방을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두기로 한다. 당분간 연락을 하지 않고 그동안의 대화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두 걸음 뒤로 물리고 거리를 두면서 생각해 보니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게 서로에게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거란 생각, 서로 친하니 다 이해해 줄 거란 생각, 내가 이 만큼 챙겼으니 상대방도 그만큼 챙겨야 한다는 보상 심리로 인한 오해들이 쌓이는 것이다.


동그라미는 네모친구를 기준으로 삼고 그 친구가 세모에게 대하는 걸 지켜본 후 비슷하게 대하기로 했다.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이라 중간의 적정한 거리를 어떻게 둬야 할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네모 친구를 기준으로 하니 내가 너무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친구만 생각하고 걱정했던 시간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뭐가 필요한지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고 도와주곤 했는데 이제는 정 도움이 필요하면 말을 하겠지 하고 생각하기로 했더니 머리와 마음이 너무 가볍다.


적당한 무심함이 때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여전히 지금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정한 거리가 얼마일까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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