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푸른 Oct 26. 2023

수평선

나는 무언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주도하는 일이 어려웠다. 만날 약속 장소를 정하거나 메뉴를 정할 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였는지 경험이 부족해서였는지 내가 정한 것을 상대방이 싫어할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 파스타 어때?”

“좋아.”

“그럼, 치킨 어때?”

“좋아. “


”뭐야, 이것도 좋고 저것도 다 좋아? “

”답답해! “


음식들은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곧잘 먹었고 내가 고른 메뉴가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 되도록이면 내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답답해하며 이번엔 네가 정하고 주도하라며 몰아세우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메뉴를 쭉 나열해 주며 천천히 생각하며 골라 보라 한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되도록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었고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만나던 사람에게 도서관이나 서점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데려간 곳은 어느 한적한 카페였는데 고서적이 진열된 곳이었다. 의아해하며 내가 물으니 그는 당당하게.


”네가 책 있는 곳 가고 싶다며. “

”그래. 그랬는데 좀 물어봐 주지. 내가 원한 곳은 여기가 아닌데. “

”넌 어차피 아무 곳이나 좋다고 하잖아. “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 곳이나 좋다고 한 것은 당신이 좋았기 때문에 같이 무얼 하든 좋았던 것이었는데 나란 사람은 당신에게 아무나가 돼 버렸구나.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판단으로 나는 상처를 입고, 당신을 이해 못 하고 마음을 돌린 나에게 당신은 답답해하고 짜증만 낸다.


그렇게 우리는 수평선 끝에 서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사람의 한쪽 면만

보고 있을 수도 있기에


한 사람을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하여

전부를 알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이기심과 자만심이 아닌

존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맑고 투명한 마음의 눈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진심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