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주도하는 일이 어려웠다. 만날 약속 장소를 정하거나 메뉴를 정할 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였는지 경험이 부족해서였는지 내가 정한 것을 상대방이 싫어할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 파스타 어때?”
“좋아.”
“그럼, 치킨 어때?”
“좋아. “
”뭐야, 이것도 좋고 저것도 다 좋아? “
”답답해! “
음식들은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곧잘 먹었고 내가 고른 메뉴가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 되도록이면 내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답답해하며 이번엔 네가 정하고 주도하라며 몰아세우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메뉴를 쭉 나열해 주며 천천히 생각하며 골라 보라 한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되도록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었고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만나던 사람에게 도서관이나 서점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데려간 곳은 어느 한적한 카페였는데 고서적이 진열된 곳이었다. 의아해하며 내가 물으니 그는 당당하게.
”네가 책 있는 곳 가고 싶다며. “
”그래. 그랬는데 좀 물어봐 주지. 내가 원한 곳은 여기가 아닌데. “
”넌 어차피 아무 곳이나 좋다고 하잖아. “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 곳이나 좋다고 한 것은 당신이 좋았기 때문에 같이 무얼 하든 좋았던 것이었는데 나란 사람은 당신에게 아무나가 돼 버렸구나.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판단으로 나는 상처를 입고, 당신을 이해 못 하고 마음을 돌린 나에게 당신은 답답해하고 짜증만 낸다.
그렇게 우리는 수평선 끝에 서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사람의 한쪽 면만
보고 있을 수도 있기에
한 사람을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하여
전부를 알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이기심과 자만심이 아닌
존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맑고 투명한 마음의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