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시간(2)

행복이와 라떼의 전투

by 늘람

지난 목요일 저녁, 행복이의 오른쪽 눈꺼풀이 부어올랐다. 작은 상처, 그러나 그 안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숨어 있었다.


라떼와의 전투. 처음엔 장난처럼 보였다. 서로를 향한 짧은 경계, 빠르게 오가는 시선, 그리고 어느 순간 불꽃처럼 터지는 몸짓. 라떼의 목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하악질, 행복이의 가쁜 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울 때면 나는 언제나 말로 끼어들었다. "안 돼, 그만해." 그렇지만 라떼와 행복이에게 내 말은 그저 또 다른 소음일 뿐이었다.


하루에 두세 번, 꼭 약속한 듯 벌어지는 그 싸움은 이제 거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전쟁이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끝없이 시도하는 대화처럼 보였다.


행복이는 늘 먼저 다가간다. 꼬리를 흔들며, 때로는 장난감 하나를 물어다가 라떼 앞에 내려놓는다. 톡, 하고 장난감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러면 라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제안을 거절한다. 고개를 돌리고, 등을 보인다. 그리고, 빠르게. 발톱이 번쩍이며 튀어나오고, 쉿- 하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공간을 찢는다.

하지만 행복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다가간다. 다시 제안한다. 그 집요함이 라떼를 더욱 자극하는 줄도 모르고.


그날도 그랬다. 눈꺼풀 위, 작게 부풀어오른 살점을 발견했을 때 처음엔 그냥 부은 줄 알았다. 그런데 소독 솜에 묻어나는 선홍빛 피. 그제야 알았다. 발톱 끝이 닿은 자리에 남은 말, 그리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존재의 흔적이라는 걸.


"눈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토요일 아침, 병원에서 수의사가 말했다. 고여있던 피를 짜내며, 행복이는 조용히 고개를 나에게 기댔다. 울지도 않고, 짖지도 않고, 그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들으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찮아, 곧 나을 거야." 그 평범한 위로조차, 이 상황에선 너무 사람의 언어 같아 미안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따뜻한 손으로 행복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우리 사이에 통하는 유일한 언어인 것처럼.


행복이와 라떼는 다르다. 한쪽은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다른 한쪽은 모든 것을 경계로 지운다. 행복이에게 접근은 관심의 표현이지만, 라떼에게 그것은 영역의 침범이다. 행복이의 놀자는 신호와 라떼의 물러서라는 신호가 공중에서 부딪치며 작은 상처로 번역된다.


그러나 나는 안다. 행복이는 라떼를 좋아한다. 그 작은 등을 향해 쫓아가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란 걸, 기다림이고, 관심이고, 서툰 사랑의 언어라는 걸.


그리고 어쩌면, 라떼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그 근성, 그 응시, 그것이 단순한 적개심이 아니라는 걸. 때로 라떼가 행복이를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돌아보는 그 시선에는 짜증만이 아니라 묘한 호기심도 섞여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들은 서로의 언어를 모른다. 그건 인간인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사이에서, 해석자가 되려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오해를 만들곤 한다. "라떼야, 행복이가 놀자는 거야"라고 말해봐도, "행복이야, 라떼가 싫다는 거야"라고 설명해봐도, 내 말은 그들의 세계에 닿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을 살아간다. 작은 생명들 사이에 놓인 어색한 평화의 시간들을 지키며, 언젠가 두 존재가 아주 짧은 눈맞춤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아니, 어쩌면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고,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늘어간다.


오늘 아침, 행복이는 라떼가 올라오던 계단앞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라떼는 아래층 계단에 등을 돌린 채 눈을 감고 있었고, 그 사이엔 말 없는 고요가 흘렀다. 평화로운 것인지, 일시적인 휴전인지 알 수 없는 고요. 행복이의 귀가 라떼의 작은 움직임에 반응해 살짝 움찔거렸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라떼 역시 행복이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그건 전투도, 화해도 아닌, 그저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들이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이와 있을 때 나는 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