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아빠에게

by 늘람

그날, 또 라떼 언니와 마주쳤어.

나는 먼저 다가가지 않았어. 정말이야.

위층에 올라온 라떼 언니에게 인사하고 싶었을 뿐이야.

라떼 언니는 자주 오지 않거든. 그래서, 그냥 인사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 순간 또 그랬어.

소리도 없이 다가와서, 날카로운 발톱이 스치듯 지나갔어.

눈꺼풀 위가 따끔하게 베이는 느낌이었어.

난 움찔했고, 물러섰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빠는 몰랐어.

내가 라떼 언니를 건드린 줄 알았을 거야.

항상 그런 눈으로 바라보거든.


하지만 난 알았어.

그날은, 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다는 걸.


밤이 되니까 오른쪽 눈꺼풀이 뜨거워졌어.

간질간질하고, 묵직하고, 자꾸만 깜빡이게 되었지.

아빠가 다가왔고, 손에 하얀 솜을 들고 있었어.

내 얼굴을 살짝 닦았을 때, 솜이 빨갛게 물들었어.

아빠의 눈빛이 바뀌었어.

"피야…"

그 말에 담긴 놀람과 미안함.


나는 그 말보다 손끝을 더 기억해.

조심스럽고,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떨리고 있었어.

아빠는 나를 혼내지 않았어.

그냥 계속 내 곁에 앉아 있었지.

그 따뜻함만으로도, 나는 안심이 되었거든.


토요일 아침, 아빠와 나는 병원에 갔어.

하얀 벽, 소독약 냄새, 그리고 또 다른 손길.

아빠는 나를 꼭 안고 있었고, 나는 그 품에서 작게 떨고 있었지.

의사선생님은 내 눈꺼풀을 들여다봤고, 뭔가를 눌렀고, 그 안에서 또 피가 나왔어.

작고 붉고, 내 것이었지만, 아빠가 더 아파 보였어.


나는 울지 않았어.

정말로 아팠지만, 그 순간엔 아빠의 숨이 더 가빠 보였거든.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아빠가 내 등을 쓰다듬는 손이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어.


끝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어.

라떼 언니는 계단 아래 조용히 누워 있었고,

나는 라떼 언니가 올라오던 계단 앞에 누웠어.

예전보다 한 발짝 더 뒤에서.


라떼 언니랑 나는 서로 다른 존재야.

라떼 언니는 아마 무서웠을 거야.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나도 라떼 언니도 말하지 않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기억해.

내가 먼저 다가갔던 시간들,

조심스럽게 등을 향해 보낸 눈빛들,

그리고 오늘,

내 옆에서 한참 동안 내 눈꺼풀을 쓰다듬어주던 아빠의 손길을.

나는 짖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어.


나는 아직도 라떼 언니가 좋아.

그래서, 라떼 언니와 나의 언어가 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야.

그때가 되면, 라떼 언니도 나처럼 말 없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기다려.

조금 더 떨어진 자리에서, 천천히.

라떼 언니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배워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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