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매일 새벽 네 시에 눈을 뜬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그냥 행복이가 그 시간에 나를 깨운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물그릇이 비었다는 듯 계속해서 물그릇을 덜그럭거렸다.
좀 더 자고 싶고, 피곤한 몸은 무거웠다.
하지만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기 시작한 행복이는
자신만의 리듬에서 쉬이 멈추지 않는다.
발톱이 물그릇 긁는 소리,
장난감을 물고 뜯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온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빈 그릇에 물을 채워주고,
졸려운 눈빛으로 행복이를 한 번 바라본 뒤,
화장실로 피신하듯 들어가 문을 닫는다.
어둠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잠에서 깨지 못한 내 심장은 느린 진동을 만든다.
문틈 너머로 들려오는 행복이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피곤함에 살짝 짜증이 올라오지만
너무 덥거나, 너무 많은 비에 산책을 못해주고,
테라스에서도 놀아 주지 못한, 죄책감이 내 마음을 덮어온다.
잠시 후, 방 안이 조용해진다.
문을 열고 나가면
행복이는 내 침대 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을 청하고 있다.
작은 몸이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 모습을 보면 또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깨닫는다. 다시 잠드는 건 포기해야 한다.
집에 내가 들어서면 행복이의 세계에 사건이 발생한다.
낮 동안 아내와 나, 둘 모두 없는 집은 고요하다.
하지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정적이 깨진다.
행복이는 마치 잠자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깨어나는 것처럼 달려온다.
내 존재가 행복이에게는 변화의 신호다.
행복이는 나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다.
발 주위를 맴돌고, 내가 앉으면 무릎에 올라온다.
내 움직임 하나하나가 행복이의 하루를 바꾼다.
한없이 고요했던 행복이의 작은 우주에,
거대한 질량을 가진 내가 자리 잡고,
행복이에게 새로운 궤도를 만든다.
웃기는 건, 나 외의 다른 식구들 앞에서는
행복이가 무척 얌전하다는 사실이다.
행복이에게 나는 특별한 무언가다.
평온하던 그의 일상을 뒤흔드는 존재.
나를 만날 때마다 행복이 안에서는
고요가 흩어지고 활기로 바뀐다.
존재는 타인의 나에 대한 배려다.
행복이에게 나는
궤도를 바꾸는 큰 질량을 가진다.
행복이는 나를 존재시키고,
동시에 나를 배려한다.
나는 그 배려가 고맙고,
피곤한 퇴근길에서도 행복하다.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2주라는 시간.
그동안 나와 행복이의 리듬을 조율해야 한다.
출근시간의 피곤함을 줄이고,
행복이의 흔들림의 진폭을 줄여나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행복이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