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라떼의 시선-INFJ고양이 라떼
나는 아래층의 창가,
그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리를 좋아한다.
세상의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것이 좋고,
사람의 손길은 예고 없이 닿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아이는 너무 빠르다.
행복이. 이 집에 갑자기 굴러들어온 듯한 존재.
나는 그렇게 불렀다.
그 아이의 눈빛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 발은 쉬지 않고 나를 향해 움직인다.
마치 태양처럼, 모든 방향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가까운 것들이 더 낯설다.
멀리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느리게 다가가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그런 것들은 나에게 안전하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 아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모든 감정이 지금, 이 순간에 터져 나온다.
기쁨도, 호기심도, 실망도 즉각적이다.
나처럼 마음속에서 오래 우려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언제나 관찰자다.
위에서 아래를 본다. 아니, 정확히는 아래에서 위를 바라본다.
계단은 내 세계의 경계이자, 동시에 가능성이다.
하루 세번씩 나는 위층에 올라간다.
그때마다 그 아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꼬리를 흔들며, 눈을 반짝이며. 누가 나를 불러도,
나는 스스로 선택하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질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완전히 준비되기 전까지는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차갑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단지 신중할 뿐이다.
그 아이는 종종 위층에서 내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때로는 계단 위에 앉아서, 때로는 테라스 문 앞에서.
그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나는 안다.
공기 중에 떠도는 그 아이의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으니까.
내가 올라갈 때면,
그 아이는 꼬리를 흔들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는 몸을 낮추고, 귀를 세운다.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움직임은 나에게 위험이다.
아니, 위험이라기보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강도다.
그래서 나는 휘릭— 한 번 발을 내민다.
위협은 아니다.
단지 '여기까지'라는 경계일 뿐이다.
나의 안전거리를 알리는 신호.
그 아이는 처음엔 서운해했지만, 이제는 이해하는 것 같다.
한 발 물러서며 꼬리를 살랑거린다.
나는 침묵 속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그 아이가 서운해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침묵으로 말한다.
눈으로 이야기하고, 몸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세상은 조용한 언어로도 충분히 채워진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이 있다.
가끔은 그 아이와 나 사이에 특별한 순간이 온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간.
창밖의 나비, 햇빛 속의 먼지,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그런 순간에는 우리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이는 자주 나를 쳐다본다.
기다리는 눈빛으로.
언젠가, 내가 그 아이에게 먼저 다가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 아이가 완전히 멈췄을 때,
나의 시간과 감정이 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갈 때일 것이다.
테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좋다.
그 아이가 뛰어놀던 공간의 냄새가 섞여 있다.
자유롭고 활기찬 냄새.
나도 언젠가는 그 바람을 직접 맞아볼 수 있을까?
그 따뜻한 햇살 아래서 그 아이와 나란히 앉아있을 수 있을까?
같은 집, 같은 바닥, 같은 햇살.
하지만 나에게 이 공간은 또 다른 우주다.
모든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없기에, 나는 선택한다.
느리게, 조용히, 단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그 아이는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나 역시 그 아이의 에너지를 모두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나는 나대로, 이 우주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아이의 우주와 잠깐 겹치는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