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절하다.
하지만 너는, 나의 이 모습이 두렵다.
나는 자꾸만 되묻는다.
너는 그 질문이 반복될수록 더 멀어진다.
나는 기다린다.
아무 말도 없이, 같은 자리를 선회한다.
너는 그 기다림이 버겁다.
더 이상 무엇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의미를 묻는다.
우리 사이에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너는 그 믿음이 또 다른 증명처럼 느껴진다.
다시 설득당해야만 하는 자리에 놓인 기분.
나는 네 침묵 속 쉼표를 센다.
너는 말하지 않는 것조차 해석당하고 있음을 안다.
나는 불안하다.
너는 그 불안을 잠재우려 애쓴다.
하지만, 그 위로는 감정의 무게중심을 옮기지 못한다.
나는 다시 기울어진다. 더 크게 흔들린다.
나는 너를 붙잡는다.
너는 숨 쉴 틈을 찾는다.
너는 손틈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나는 그 틈마저 메운다. 더 촘촘히.
나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너는 감시를 느낀다.
나는 관심이라 믿는다.
너는 통제를 본다.
나는 보호라고 생각한다.
너는 숨이 막혀 간다.
나는 헌신이라 부른다.
너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나는 우리의 시간을 박제한다.
웃음소리마저 유리관에 담는다.
너에게는 그 기억들이 무거운 족쇄처럼 발목을 붙든다.
나는 증거를 수집한다.
네가 아직 나를 사랑한다는 단서들을.
작은 미소 하나가 거대한 희망으로 증폭된다.
짧은 안부 문자가 무한한 가능성으로 팽창한다.
너는 매일이 법정에 선 듯하다.
모든 행동이 판결의 근거가 되는.
나는 나조차 지쳐간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
나의 감정이 임계점을 넘었다.
이제 작은 자극에도 비례하지 않게 반응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정말 끝아야?'라고.
너는 고개를 돌린다.
그 작은 각도가 내 안에서 거대한 붕괴로 증폭된다.
나는 아직 진동하고 있다.
너라는 중심을 잃었음에도.
너는 이미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던 두 파장은 더 이상 간섭하지 않는다.
나는 멈추지 못한다.
이 감정은 비선형이다.
작은 기억 하나가 예상을 뛰어넘는 파동을 만든다.
네가 좋아했던 카페 이름,
함께 들었던 노래 한 소절,
우연히 스친 향수 냄새.
모든 것이 원인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반응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너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네가 있던 좌표를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었다.
내 감정만이 자기 강화 루프에 갇힌 채 같은 타원을 그린다.
불안이 집착을 낳고, 집착이 더 큰 불안을 만든다.
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나에게 변수로만 남았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이 비선형적 반응은 처음부터 너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증폭 장치일 뿐,
점점 선형적 평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다.
비례하는 반응,
균형 잡힌 감정,
처음으로 내가 조율해 나가는 진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