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거센 파도처럼 요동쳤다.
네가 다가와 곁에 앉았을 때 파도는 잦아들기 시작했고,
손으로 내 등을 토닥일 때 파도는 사라졌다.
말보다 먼저 전해진 그 울림.
위로는 그렇게 도착한다.
그리고, 말이 없다.
말이 없어서 더 깊은 곳에 닿는다.
의도하지 않았던 순간,
누군가의 조용한 기척이 내 안의 혼란을 멈춘다.
감정의 전류처럼 스며든다.
유도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단지 한쪽의 흐름이 다 쪽에 영향을 줄 뿐.
감정도 그렇다.
너의 슬픔이 내게 흐르지 않아도,
나는 그 떨림을 느낀다.
말없이 앉아 있던 네 어깨에서,
멍하니 마주 보던 눈빛에서,
전류를 감지한다.
그리고, 내 안의 불안을 흔든다.
유도현상이다.
위로.
말이 닿기 전에 이미 마음에 만들어진 전압.
상대의 울림이 나를 건드리는 사건.
감정이 흐르지 않아도 진동하는 일.
감정은 사건이고, 사건은 접속의 결과라는
들뢰즈의 언어처럼,
내가 네 옆에 앉았다는 사실,
네가 아무 말 없이 내 손등에 손을 얹었다는 사실.
그 접속의 순간에 일어난 감정의 전개다.
위로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 내 안에 새겨진다.
유도된 감정이 내 안에 머무르면,
전압은 축적되고, 또 방전된다.
흐르지 못한 감정은 병이 된다.
고통을 받아줄 수 있는 통로,
위로에는 접지가 된다.
감정을 받아내고, 흘려보내고,
파열 없이 순환시킨다.
위로는 감정의 유도와 접지의
안전한 회로다.
내가 끝내 말하지 못한 문장들,
참았던 눈물, 설명할 수 없던 침묵.
그 모든 것이,
너의 침착한 존재 앞에서 서서히 흘러나온다.
내 안의 과전류를 너는 고스란히 받아내고,
방전 없이, 흘려보낸다.
너는 나의 접지선이다.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빨리 해결하려는 조급함,
'이해'하려는 욕망이 '해석'이 될 때,
위로는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위로는 설득이 아니다.
위로는 동조다.
네가 나와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지 않아도,
나의 진동이 멈추지 않게 도와주는 울림.
그것이 위로다.
가장 깊은 위로는 '나도 아파'가 아니다.
'나는 여기 있어'라는 진동이다.
말없이 건네는 물 한 잔.
소리 없이 건네는 손등 위의 손.
함께 내쉬는 한숨.
모든 것이 작은 유도고, 조용한 접지다.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음은,
나의 감정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너의 배려의 힘이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보다,
침묵 속에서 유도된 감정의 흐름이,
그리고 흘려 내보내는 감정의 접지가
위로다.
감정이 파열되지 않도록,
조용히 전류를 흘려보내는 회로.
삶은 언제나 흔들린다.
마음은 계획 없이 거센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래도 내 곁 존재의 유도와 접지는,
파도를 잦아들게 한다.
그래서, 다시 잔잔한 진동의 흐름을 만난다.
오늘도 나는,
요동치는 파도를 맞닥뜨린 누군가의 곁에서
조용히 유도되고, 조용히 접지되어,
잔잔함을 만드는 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