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온통 나쁜 이야기뿐이다. 때로는 이 세상이 온통 악인으로 가득 찬 듯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얀 도화지위에선 검은점들이 잘 보이고, 까만 도와지 위해선 흰점이 잘 보이듯이,
어둠이 이렇게 자주 보인다는 건, 세상에는 아직 빛이 가득해서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오래된 질문 하나를 떠 올렸다.
우주에는 빛이 먼저였을까, 아니면 어둠이 먼저였을까.
물리학은 빅뱅 이후의 우주를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 약 1초에서 3분 사이, 우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뜨겁고 밀도가 높았다. 이 시기를 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시대라고 하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 최초의 수소와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이미 빛의 입자인 광자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 빛은 자유롭지 못했다.
왜일까?
그 시기의 우주는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된 채 뒤섞여 떠다니는 플라스마(plasma, 전하를 띤 입자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 상태였다. 빛은 전자와 만나면 곧바로 산란을 일으키는데, 이를 톰슨 산란(Thomson scattering)이라 한다. 광자가 나아가던 방향을 전자가 가로막고 계속해서 튕겨내기 때문에, 빛은 한 걸음도 채 나아가지 못한다.
마치 끝없는 안갯속에서 손전등을 켜도 빛이 몇 걸음 앞까지밖에 닿지 않는 것과 같았다. 이때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극도로 짧은 평균 자유 경로(mean free path, 입자 간 충돌 없이 이동 가능한 평균 거리)에 불과했다. 우주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빛은 갇혀 있었고 세상은 완전히 불투명했다.
이 시기를 물리학자들은 암흑시대(Dark Ages)라고 부른다. 빛이 없어서가 아니라, 빛이 있었지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 38만 년이 흐르고, 우주가 약 3,000K(섭씨 약 2,700도)까지 식으면서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해 최초의 중성 수소 원자를 형성했다. 이 순간을 재결합(Epoch of Recombination)이라 부른다.
갑자기 우주는 투명해졌다. 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급격히 줄어들자, 빛은 더 이상 붙잡히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방출된 빛은 지금도 우주에 남아, 우리가 감지하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현재 우주의 평균 온도 약 2.7K)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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