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무차원은?

by 늘람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글에서 이야기했던, 내가 생각하는 무차원에 대한 생각을 서술해 보려고 한다. 사실상 아직은 실험에 의한 어떠한 증명도 어려운 머리속의 상상일 뿐이다.


무차원에 대한 새로운 상상

흔히 '무차원'을 상상할 때 텅 빈 우주,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나 검은 암흑과 같은 절대적인 공백을 떠올린다. 좌표도 없고, 거리도 없으며, 방향마저도 없는 그런 상태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무차원을 말하고 싶기에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나의 의문을 던져본다.


정말로 무차원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야 하는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무(無, das Nichts)'에 대해 탐구했듯이, '없음'조차도 하나의 존재 방식일 수 있다.

동양 철학에서 불교의 '공(空, śūnyatā)' 개념 역시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모든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근본적 바탕을 의미한다.


존재란 반드시 물리적인 형태나 위치를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면 무차원은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한 '잠재성(virtualité)'과 같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존재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공집합의 역설: 비어있음 속의 충만함

수학에 공집합(∅)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집합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담지 않은 빈 집합을 의미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아무것도 없는' 집합은 수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고, 다른 모든 집합의 부분집합이 되며, 집합론의 기초를 이룬다.


즉, '없음' 자체가 하나의 수학적 실체로 기능하는 것이다.


물리학에서도 비슷한 역설을 발견할 수 있다.

양자장론에서 진공 상태는 완전한 공허가 아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ΔE·Δt ≥ ℏ/2)에 따르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에너지의 불확정성이 존재하므로, 진공에서도 가상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한다.

이른바 '진공 요동(vacuum fluctuation)'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진공 요동은 관측 가능한 물리적 현상이지만, 이를 무차원 개념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범주의 혼동일 수 있다. 진공은 여전히 시공간이라는 구조 안에서 정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를 비유적 차원에서만 참조하며, 무차원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나아가고자 한다.


무차원의 새로운 정의: 가능성의 중첩 상태

내가 생각하는 무차원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1. 구조의 부재, 정보의 잠재적 존재

무차원에는 공간이나 시간, 거리와 같은 '구조'는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한 정보가 하나의 거대한 잠재 상태로 존재한다.

이는 양자역학의 중첩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와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관측되기 전까지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을 동시에 중첩하는 것은 여전히 시공간 구조 내에서의 현상이다.

반면 무차원에서의 가능성 중첩은 구조 자체가 부재한 상태에서의 잠재성을 의미한다.

2. 측정 이전의 원초적 상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서 관측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입자는 모든 가능한 상태의 확률적 중첩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이미 확률이라는 수학적 구조를 전제한다.


무차원은 확률 개념조차 성립하기 이전의 상태로, 모든 가능성이 구분 없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여기서는 '측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3. 정보적 잠재성의 상태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정보 이론에서 정보량은 불확실성의 감소로 정의된다.

그런데 무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동시에 가능하므로 불확실성이 최대이면서 동시에 완전한 확정성을 갖는다.

이는 일견 모순적이지만, 구조가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확실성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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