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존재의 입자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그리고 인식이 만든 벽

by 늘람

밤하늘은 언제나 거대하다.

그곳을 바라볼 때마다 끝없는 광활함에 그리고, 미지의 고요함에 아득해진다.

지금 내 눈에 와닿는 별빛은 현재, 이 순간의 것이 아니다.

그 빛을 방출한 별은 이미 오래전에 생명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들은, 사실 관측이라는 행위 속에서만 확정된다.

내가 아는 물리학은 오래전부터 이 모순을 안고 있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측되지 않는 입자는 단일한 실재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파동함수의 형태로 남아, 수많은 가능성의 중첩 속에서 흔들린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보여주듯,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자연의 근본적 성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어떤 입자가 영원히 관측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엇이 되는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그리고 다시 한번 의문을 가져본다.

관측되지 않는 것들은 질량을 갖지 않는가?

아니면 관측되는 순간 비로소 질량이라는 성질을 획득하는가?


원자 속의 우주, 우주 속의 원자

원자를 생각해 보자.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공간은 전체 원자 부피의 99.9% 이상을 차지한다.

원자핵을 축구공 크기로 확대한다면, 가장 가까운 전자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의 광활한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양자장론은 그곳이 결코 '비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가상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에너지가 요동친다.


그렇다면이라는 의문과 함께 상상력을 더한 하나의 사고실험을 해본다.

우주 규모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도 이 미시적 공간을 채우고 있을까?

이것은 현재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하지만 상상해 본다.


현재 우리가 알기로는, 암흑물질 입자들은 일반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지구 전체를 관통하듯 원자 내부도 자유롭게 통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추정이 맞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억 개의 암흑물질 입자들이 당신의 몸을, 당신이 구성하는 원자들을, 그 원자들 내부의 '빈 공간'을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더욱 미묘하다.

그것이 공간 자체의 성질이라면, 원자 내부의 모든 '빈 공간'도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자 규모에서는 강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워낙 강해서 암흑에너지의 효과가 무시될 정도로 작을 뿐이다.


나의 이 상상은 하나의 사고실험적 가능성일 뿐이다.

거시 우주와 미시 원자가 동일한 '빈 공간'의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규모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엉뚱하지만, 나름 진지한 나의 상상.


우주의 숨겨진 거대함

우주를 들여다볼수록 이 질문은 더 깊어진다.

1970년대,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은하의 회전 속도를 측정했을 때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보이는 별들과 가스만으로는 은하가 그렇게 빠르게 회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은하들은 흩어지지 않고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뭔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들을 붙잡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고 이름 지었다.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직접 관측되지 않지만, 중력적 효과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는 신비로운 물질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등장한다.

암흑물질은 '관측되지 않지만' 질량을 갖는다.

은하 회전 곡선과 중력 렌즈 효과가 바로 그 질량의 중력적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8년, 더 놀라운 발견이 이어졌다.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우주 공간 자체를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이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일반 물질은 단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8%)가 차지한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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