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뇌 가소성과 발달적 적응

과학적 근거들

by 늘람

아인슈타인의 뇌와 런던 택시기사의 뇌

1955년 4월 18일,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직후 그의 뇌에서 놀라운 발견이 있었다. 수학적 사고와 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두정엽이 일반인보다 15% 더 컸던 것이다.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낸 그 특별한 사고가 뇌의 물리적 구조에도 흔적을 남긴 것일까?


한편 런던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고 있었다. 25,000개 거리를 모두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해마 후부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컸다.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이 부위가 끊임없는 학습으로 인해 실제로 확장된 것이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놀라운 현상이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처럼 고정된 하드웨어가 아니라, 경험에 따라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살아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과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도 변화하고 있을까?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세대의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뇌는 어떻게 스스로를 바꾸는가

뇌가 변화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헤브의 발견: 함께하면 강해진다

1949년 캐나다의 신경과학자 도널드 헤브(Donald Hebb)는 뇌의 학습 원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들은 함께 연결된다."


이것은 마치 댄스 파트너와 같다. 두 뉴런이 자주 동시에 활동하면 그들 사이의 연결이 점점 강해진다. 반대로 함께 활동하지 않으면 연결이 약해지거나 끊어진다. 뇌는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강화하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정리한다.


물리적 변화: 뇌가 실제로 바뀐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다:

연결의 확장: 뉴런 사이를 잇는 신경섬유가 굵어지고 빨라진다

영역의 확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넓어진다

새로운 연결: 기존에 없던 뉴런 간 통로가 만들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왼손가락 조작 영역이나 런던 택시기사의 공간 기억 영역이 커지는 것이 그 증거다.


언제 가장 잘 바뀔까

뇌 가소성은 평생 지속되지만, 25세 이전의 발달기에 특히 활발하다. 이 시기의 경험이 평생의 뇌 구조를 좌우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뇌는 계속 변화한다. 속도는 느려지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첫 번째 단서: 게리 스몰의 인터넷 실험

디지털 기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한 것은 2008년 UCLA의 게리 스몰(Gary Small) 교수팀이었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연구팀은 55-78세 중년층 24명을 모집했다:

인터넷 숙련자 12명: 검색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

인터넷 초보자 12명: 검색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

두 그룹이 책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때 fMRI로 뇌 활동을 실시간 촬영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숙련자들의 뇌 활성화가 초보자보다 2배나 높았다. 특히 판단력, 기억력, 복합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마치 숙련된 운전자가 복잡한 교차로를 지날 때 더 많은 뇌 영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신중한 해석이 필요했다

스몰 교수 자신도 이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뇌 활성화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효율적인 처리를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이 연구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작은 규모: 각 그룹 12명에 불과

특정 연령층: 중년층만 대상으로 함

인과관계 불분명: 인터넷이 뇌를 바꾼 것인지, 원래 뇌 특성이 인터넷 선호를 만든 것인지 구분 어려움


그럼에도 이 연구는 디지털 기술이 뇌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첫 번째 직접적 증거였다.


두 번째 발견: 베치 스패로의 구글 효과

2011년 컬럼비아 대학의 베치 스패로(Betsy Sparrow) 교수는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발견했다.

4가지 정교한 실험으로 밝혀낸 것

실험 1 - 생각의 전환: 어려운 퀴즈를 푼 후 다양한 단어에 대한 반응속도를 측정했다. 사람들은 "구글", "검색" 같은 단어에 무의식적으로 더 빠르게 반응했다.

실험 2 - 저장의 심리학: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주면서, 절반에게는 "컴퓨터에 저장됩니다"라고 말했다. 저장된다고 들은 그룹이 정보를 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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