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여전히 살아있다

by 늘람

한여름의 오후, 행복이는 선풍기 바람을 향해 귀를 펼치고 누워 있다.

라떼는 아래층 스크레처에 누워 졸린 듯 눈을 꿈벅이고 있다.

둘은 같은 집에 산다.

하지만 아직 '같이' 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진 두 존재.

행복이는 라떼를 보면 눈빛이 반짝인다. "언니! 언니! 나랑 놀자!"

그런데 라떼의 반응은 물리학 법칙처럼 일관되다.

으르릉— 꼬리 탁, 시선 회피.

공명이 일어나기엔 아직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

이 집에서 가장 정직한 감정 표현은 언제나 고양이의 것이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넓은 땅, 강아지 열세 마리, 고양이 스물세 마리, 책장에는 내 인생의 책들 가득.

그러면 혼자 피식 웃게 된다.

"이 나이에 뭔 또…"

하지만 웃고 나서도, 그 상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꿈이라는 거대한 질량이 내 일상의 궤도를 미세하게 휘게 만든다.

멀리 있어도 끊임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중력처럼.


어릴 적 꿈이었다.

누구나 다 유치한 꿈 하나쯤 있었을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이야기해본다.


내 꿈은 둘이었다.

하나는 조용한 서재.

하나는 시끌벅적한 동물 가족.

물리학으로 치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에너지 상태였다.


어릴 적 나는 책을 좋아했다.

어떤 아이는 운동장을 달렸고,

어떤 아이는 만화책을 모았고,

나는 책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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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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