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퇴근길이었다.
평소처럼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중, 계기판에 낯선 문장이 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점검하세요. 시동을 끄고 시스템을 점검하세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리진 않았다.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갓길로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켠 뒤, 견인차를 불렀다.
전화 몇 통을 돌리고, 예약을 잡고, 차가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퇴근길은 네 시간이 넘게 걸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잔잔했다.
'이제는 고칠 때가 된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차창 밖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도심의 불빛들이 파도처럼 일렁였고, 나는 그 속에서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짜증이 났을 것이고, 왜 하필 지금이냐며 투덜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밤, 견인차를 기다리며 나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날, 정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정비사업소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일정을 조정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정리했다.
동아리 활동과 수업을 마치고, 교실 창문 너머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평온했다.
짜증이 나지 않았다.
누가 내 안의 파동을 잠시 꺼준 것처럼, 모든 게 조용했다.
토요일이 되자, 나는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차의 고장도, 긴 퇴근길도, 어제의 피로도 다 사라진 듯했다.
대신 나는 고쳐둔 맥북을 꺼내 부트캠프를 설치했다.
윈도우를 깔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하나씩 넣었다.
느려진 다른 노트북에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설치했다.
노트북 속의 회로들이 깨어나며 반응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단순한 과정이 마음을 안정시켰다.
마치 고장 난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수리되는 것 같았다.
점심 무렵, 아내와 행복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공원에는 바람이 잔잔했고, 햇살이 부드러웠다.
행복이는 풀밭 위를 뛰며 냄새를 맡았다.
아내는 천천히 걷고, 나는 그 옆에서 발걸음을 맞췄다.
순간, 세상은 평온했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단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는 감각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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