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결국, 흐름이 끊긴 회로를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심심해서 당근마켓을 둘러보던 어느 저녁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초기화 중 꺼져서 싸게 팝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맥북에어였다.
은색 알루미늄 바디는 흠집 하나 없이 반짝였고,
키보드도 광택이 살아 있었다.
설명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맥북 초기화하다가 갑자기 꺼졌어요.
그 후로 전원 버튼 눌러도 아무 반응 없습니다.
충전도 안 되는 것 같고... 부품용으로 팝니다.”
증상과 과정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초기화 도중 전원이 나갔다면 단순한 시스템 패닉일 수도 있다.
배터리나 커넥터 문제라면, 약간의 손길로도 살아날 수 있다.
다음 날, 동네 카페에서 판매자를 만났다.
'충전기 꽂아도 불이 안 들어옥, 완전히 죽은 것 같다.' 라고 설명했고,
분해하거나 하드웨어 손을 댄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완전히 죽은 것 같다는 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니까.
별다른 망설임 없이 그 맥북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맥북을 올려두고, 공구 세트를 펼쳤다.
나사를 하나씩 풀며 하판을 열자,
정교한 부품들이 질서정연하게 드러났다.
배터리, 로직보드, 팬, SSD…
각각의 부품이 자신만의 자리에 있었다.
멀티미터로 전압을 재보니 3.2V.
낮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배터리 커넥터를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하고,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SMC를 리셋했다.
하지만 화면은 까맣게 침묵했다.
충전 케이블의 LED도 켜지지 않았다.
팬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사과모양을 살아 나지 않았다.
며칠을 씨름한 끝에, 나는 로직보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 같은 모델의 중고 로직보드를 찾아 주문했다.
기존보다 조금 더 높은 사양. ‘기왕이면 더 나은 두뇌로.’
교체 작업은 세밀했다.
케이블을 하나씩 분리하고,
칩을 들어 올리고,
새 보드를 정확히 자리에 맞췄다.
나사를 조이고, 다시 조립했다.
심호흡을 하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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