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차원을 발화하는 자

제7화 공명의 파동

by 늘람

도시의 진동은 점차 그 범위를 확장하며 더욱 복잡해졌다. 진공 속에서 들리던 희미한 메아리처럼, 감각과 현실이 일시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 도시 곳곳에 나타났다. 가로등의 불빛은 한 자리에서 세 개, 네 개로 겹쳐 보였고, 사람들이 걷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로 다른 시점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의 아스팔트가 부드럽게 물결치는 듯한 감각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공간이, 현실이 미묘하게 얽혀가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 도시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존재를 넘어서,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말한 중첩된 현실이야."

린은 보드에 펼쳐진 복잡한 수식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수식의 궤적을 따라 춤추듯 움직였고, 창백한 얼굴에는 미세한 홍조가 돌았다.

"도시의 모든 구성 요소가 동시에 여러 위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져."

그녀가 말한 중첩된 현실이란, 물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양자 중첩처럼 한 물체나 사건이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나의 입자가 관측되기 전까지 모든 가능한 상태에 '존재'하듯이, 도시의 존재 자체가 단일한 현실에 구속되지 않고 다중의 현실을 '경험'하는 상태였다. 이는 우리가 시공간의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린은 과학적 설명을 넘어, 그 경험을 인식의 혼란이면서도 동시에 확장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시야가 갑자기 넓어져 한 번에 여러 차원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든 것이 두 개의 세계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 아니 어쩌면 무한한 세계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교차로 같았다.

엘레나는 창밖으로 비치는 불빛을 응시하며, 그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리적 현상에 점점 더 강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불빛은 창문을 통과하며 마치 물속에서 굴절된 듯 흔들렸고, 때로는 하나의 광원이 여러 개로 분열되어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우리가 예기치 않았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이건 더 이상 단순한 이론이 아니야."

그녀의 말은 가벼운 신음처럼 들렸다. 불빛은 때때로 흐릿해지고 때때로 선명하게 깜빡였고, 사람들의 얼굴조차도 이질적으로 일그러지는 듯했다. 어떤 순간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았다. 웃음과 슬픔이 한 얼굴에 공존하고, 한 사람의 걸음걸이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이어지는 기이한 광경이 도시 전체에 번져갔다.

엘레나는 그동안 린과 함께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차원적인 영향이 확산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공포는 단순한 미지에 대한 불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근원적인 두려움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공간 왜곡은 단순히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존재와 자아를 위협하는 거대한 흐름처럼 다가왔다.

"우리가 이걸 멈출 수 있을까?"

엘레나는 마치 자신에게 묻는 듯,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물기가 희미하게 빛났다.

"이게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우리가 한 실험이 현실의 근본적인 틀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아."

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그 경계를 넘었어.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을 거야."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엘레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이야. 두려워하지 마. 우린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어."

린의 말처럼, 그들이 의도치 않게 벌인 실험은 이제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기억의 균열을 겪고, 현실을 중첩된 상태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이상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대중은 그저 경이로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일부는 공포에 질려 밤늦게 거리에서 유령처럼 배회하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 도시의 한 구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묵상에 잠기는 의식이 생겨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겹침'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침묵 속에서 떨리는 현실을 함께 받아들이고자 했다. 반면, 다른 구역에서는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현실이 흔들리는 경험을 피하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늘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15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