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속의 소리

무차원의 카오스 1부 11화

by 늘람

아침부터 공기가 달랐다. 바람은 여러 층의 천을 통과하듯 가볍게 흘렀고, 햇살은 창문을 지나며 아이들의 책가방 위에 황금빛 점들을 춤추게 했다. 유치원에서는 오늘 작은 숲으로 봄 소풍을 간다고 했다. 린의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린은 말없이 모자를 썼다. 다른 아이들이 흥분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린은 고개를 숙인 채 신발끈을 매만졌다. 손가락이 끈을 조일 때마다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그 실밥 사이로 무수한 작은 세계들이 숨 쉬는 것처럼.

"린, 우리 출발한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린은 천천히 일어섰다. 줄의 맨 뒤에 서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가득한 행렬 속에서, 린만은 침묵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 너머로 무언가가 '응답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흙이 부드러워서가 아니었다. 돌이 날카로워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었다. 더 근원적이었다. 이 세상 전체가 자신을 아주 미세하게 들어 올려 그녀를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숲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넓은 풀밭에 풀어주고, 도시락 자리를 펴며 주변을 살폈다. 아이들은 꽃을 따고, 소리치며 뛰어다녔다. 태양은 숲의 이파리 사이로 빛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린은 홀로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걸음은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멈췄다. 왜 하필 그곳이었는지, 린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발아래 닿은 돌 하나가 세상의 다른 모든 것보다 따스하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앞에는 한 그루의 고목이 서 있었다.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봄바람에 살랑거릴 때, 오직 그 나무만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바람이 분다. 이파리들은 춤을 춘다. 가지들은 하늘에 글씨를 쓴다. 하지만 그 나무만은 미동도 없었다.

린은 그 앞에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나무의 뿌리를 바라보았다. 뿌리는 오래된 이야기를 간직한 것처럼 땅 위로 솟아 나와 있었다. 손바닥만 한 둥근돌을 감싸 안듯 부드럽게 굽어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끝없이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감각이 엄습했다. 무한한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으나, 공포는 없었다.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이 나무는... 누워 있어.'

린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언어가 아닌 깨달음이었다.

나무는 분명히 수직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린은 알 수 있었다. 그 나무의 본질, 그 내면의 차원이 지금 평화롭게 누워서 쉬고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나무의 존재는 수평으로 펼쳐져 있었다.

린은 눈을 감았다. 귓가에 소리 없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쉿. 귀 기울이면 들린다. 이건 공기의 진동이 아니야. 이건 존재의 울림이야.

'너도 누워 있어야 해. 그래야 볼 수 있어.'

그 말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았다. 동시에 모든 곳에서 왔다. 그것은 말이 아닌 이해였다. 형태가 없는 세계와 형태를 가진 세계 사이의 미세한 파동.

"린! 어디 있니? 여기야!"

멀리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현실을 다시 끌어당겼다. 린은 천천히 돌아서며 손에 묻은 흙을 털었다. 가슴속에는 아직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어떤 감각이 숨 쉬고 있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평범한 생각처럼 사라지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손을 씻고 저녁을 먹은 뒤, 린은 식탁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엄마, 오늘 나무가 누워 있었어."

엄마는 샐러드를 접시에 담으며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나무가 누워 있었다고? 쓰러진 나무를 본 거니?"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 나무는... 서 있었는데, 안에서는 누워 있었어."

엄마의 손이 머리 위에서 멈췄다.

"안에서?"

린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깥은 이렇게 서 있었는데..." 린은 손가락을 수직으로 세워 보였다. "안은 이렇게..." 다른 손을 수평으로 펼쳤다. "누워 있었어."

엄마는 린을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를 하며 린의 말을 되뇌었다.

밤이 깊어졌다. 엄마는 부엌에서 양치컵을 정리하다 말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누워 있었어, 안에서. 서 있는데..."

아빠가 다가와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린이 오늘 그렇게 말하더라고. 나무가 서 있는데 안은 누워 있었대."

아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물었다.

"그 말, 이상하게 익숙하지 않아? 어릴 때 우리도 어디선가 그런 식으로 느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진 않는데... 뭔가 오래전 감정 같은 느낌이야. 내가 잊어버린 무언가."

아빠는 물 한 잔을 따르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때 짓는, 오래된 표정이었다.

그날 밤, 린은 어둠 속에 조용히 누웠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의식은 여전히 숲 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 나무. 그 뿌리. 그리고 그 안의 무한한 침묵.

그 침묵은 텅 빈 것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충만함이었다.

린은 눈을 감은 채 작은 손을 배 위에 얹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피부 위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몸이 아니었다.

'나도... 누워 있어야 할까?'

그 물음은 공중에 맴돌았다.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지만, 린은 그 물음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잠들기 직전,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마치 무한한 차원으로 펼쳐지는 듯한 감각이 미세하게 일었다가 사라졌다.

평범한 아이의 방, 평범한 밤. 하지만 린의 꿈속에서는, 다시 그 나무 앞에 선 린이 조용히 뿌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의 몸 아래, 다시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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