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물리학

by 늘람

가끔, 아주 가끔, 사람과 사람이 마주친다.


서로를 모른 채 공전하던 우주의 두 별이 충돌하는 확률. 0.000000000004.

불가능에 가까운 우주적 사건.


인연과의 만남.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의 세계로 스며드는 일이다.

수많은 가능성들이 하나의 현실로 응축되는 순간, 파동함수는 붕괴된다.

관측은 현실을 만든다.


첫 만남.

처음 바라본 그 얼굴.

말없이 이어진 짧은 시선.

그를 찾아오는 미세한 중력.

보이지 않지만 그의 궤적을 조용히 휘게 만드는 힘.

눈빛의 질량은 그들의 시공간에 휘어짐을 만든다.


마음을 빼앗긴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마음이 스스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 움직임의 속도는 운동상태를 바꾸기 힘들다.

관성.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속도의 문제다.

그의 한 걸음에 그녀의 반 걸음.

발걸음은 서로의 진동수를 닮아간다.

두 진동이 겹치면서 함께 머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진다.

그리고 그들은, 연인이 된다.


평화로운 순간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함께하는 시간의 틈새에는 부딪힘이 있다.

작은 오해, 말끝의 침묵이 밀고 당긴다.

그들의 타원 궤도에는 두 행성이 근일점과 원일점 사이를 오가는 듯한

설레는 기쁨과 저미는 아픔.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를 진동시킨다.

그래서 심장은, 항상 요동친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어느 순간, 처음 바라봤던 그 얼굴은 서로의 일부가 되어 있고,

서로 다른 진동수는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하나가 된다.


어느 날, 삶에 작은 우주가 태어난다.

때로는 갑자기,

때로는 오랜 기다림 끝에,

고요히 응축된 별처럼 새로운 한 생명과의 소중한 만남을 경험한다.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수많은 별들이 어둠 속에서 태어나듯 나타난 그들 앞의 작은 존재.

그들의 삶에 가장 깊고 강력한 중력장이 태어난다.


모든 것이 우연일까.

우연이란 우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필연의 다른 이름이다.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처럼 미세한 초기 조건은 거대한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그렇지만, 그 안에도 프렉탈의 질서는 존재한다.


우주 시간 속 두 사람의 만남 확률. 0.000000000004.

수많은 날들 중 단 한 번, 모든 가능성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의 삶이고 또 인생이다.


그 희박한 숫자 속에서 마주친 사람들,

함께 나눈 침묵과 웃음,

울림과 떨림을 간직한다.


엔트로피는 증가하지만,

기억은 그 흐름에 저항한다.

오늘도 궤도를 도는 별들.

그 사이로 한 점의 빛이 또 다른 빛을 찾아가는 여정.

광자의 여행.

우주가 남긴 이 기이한 확률 속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인연과 미세한 진동을 조용히 살아내며,

있음의 무게를 느낀다.


그 무게는 질량.

질량은 시공간을 휜다.

그들도 그리고, 우리도

서로의 중력장 안에서 조용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