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불확정성

by 늘람

누군가를 무작정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은 나에게 믿음이라기보다는, 받아들임이다.


사람들은 서로가 너무나 다르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은,

살아가는 순간순간 무너진다.

누군가 "나는 너를 안다"고 말할 때

'나'는 '너'에게서 지워진다.

그제야 그 말이,

누군가에게서 멀어지게 함을 깨닫는다.


마음을 안다는 것,

그것은 마음을 멈추는 일이다.

흐르는 감정을 붙잡아 세우려는 시도.


관측은 대상을 바꾼다.

측정하려는 순간,

대상은 더 이상 이전의 상태가 아니다.


불확정성의 원리.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하려 하면 운동량은 흐트러지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는 흐릿해진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본래의 결은 사라진다.

이해한다는 말이,

그 사람의 무한함을 작게 만든다.


나는 이해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다름을 조심스레 곁에 두려 한다.

그 다름이 내 안에 파동처럼 흔들리는 순간,

파동은 겹치고,

간섭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 흔들림이 관계다.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끝내 다 알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들의 말투,

걸음,

손끝의 멈칫거림.

설명되지 않았고,

측정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있다.

무게를 가지지 않았지만,

중심이 흔들렸다.


이해하지 않음으로써 남겨지는 여백.

그 여백이 때때로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감정이란 게 그렇다.

가까워질수록 흐려지고,

멈춰 세우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조용히 느낌의 궤적을 남긴다.


우리는 서로를 관측할 수 없다.

중심은 보이지 않고,

마음은 스스로 움직인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거리.


그 거리 위에서 우리는 간신히

서로의 파동을 감지한다.

닿지 않지만 겹치는 순간들.

말없이 반응하는 울림.


관계는 종종,

오해로 남는다.

하지만 그 오해조차도

하나의 파동이다.

끝내 닿지 못했던 말,

다가가지 않았던 감정,

설명하지 않은 표정.

그것들이 만든 흐름.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결을 따라 진동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간격이

이해를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해하지 않기로 한 결심이

더 깊은 연결을 남긴다.

말하지 않고,

묻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무를 때 관계는

조용히 더 오래 머무른다.


나는 그런 관계들을 살아왔다.

다가가지 않음으로써

가까이 있었던 시간들.

측정하려 하지 않았기에

남겨졌던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이 만든 작은 휘어짐들.

아주 미세한,

그러나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울어짐.


감정은 언어보다 오래 간다.

언어는 잊히지만, 감정은 결로 남는다.

그 결이, 어느 날 문득 주마등처럼 돌아온다.

빛, 냄새, 오래전의 날씨.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던 얼굴처럼.


그때 나는 중력을 떠올린다.

중심을 흔드는 무게 없는 힘.

그리고, 말없이 끌어당기는 관계의 궤도.

그것이 내가 아는 사랑이다.


이해가 아니라, 중력.

붙잡지 않아도 남는 밀도.

설명하지 않아도 반응하는 진동.


오늘도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생겨나는 진동은 느낀다.

그리고 그 진동은 내 안에 잔잔히 번져간다.


말은 사라져도, 궤적은 남는다.

설명은 잊혀도, 잔상은 흔들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관계는 남는다.


나는 그 안에서, 내 안의 불확정성을 따라 조용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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