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용한 감정이, 가장 멀리 흔들린다.
감정은 멈추지 않는다.
내 심장을 흔들고
쉼 없이 요동친다.
감정은 파동이다.
감정은 파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쁨, 슬픔, 분노, 외로움.
사람들은 착각한다.
감정이 그릇에 담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감정은 그릇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 담긴다.
기쁨이 올 때, 나는 기쁨에 잠긴다.
슬픔이 올 때, 나는 슬픔이 된다.
분노가 올 때, 나는 분노에 타오른다.
외로움이 올 때, 나는 외로움이 된다.
감정은 공간이다.
나는 그 공간의 거주자가 된다.
어떤 기쁨은 높이 솟구쳤다가 바로 가라앉는다.
생일 케이크의 촛불처럼.
어떤 기쁨은 낮지만 오래 머문다.
거친 할머니 손에서 나던 비누 냄새처럼.
분노는 거짓을 말한다.
분노는 자신이 정의라 속삭인다.
분노는 자신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한다.
하지만 분노는,
상처받은 사랑의 울부짖음이고,
무력감의 마지막 가면이다.
어떤 분노 안에는
걱정이 있고,
다른 분노 안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다.
분노를 벗으면
언제나 다른 모습이 있다.
분노는 감정을 휘감은 옷이다.
‘만약에’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미래,
‘그때처럼’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과거.
그것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은
변화를 위해 준비되었다는
내 감각의 신호다.
지하철에서 스친 누군가의 향수.
갑자기 무너지는 오후.
오래전 그 사람이 즐겨 듣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가슴 어딘가에서 떨리는 진동.
설명할 수 없는 그 떨림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닌다.
엄마의 목소리에 담긴 걱정.
전화기 너머로도 전해지는 온도.
친구의 웃음소리 뒤에 숨은 공허함.
아무도 모르게 느끼는 그 무게.
상사의 차가운 시선에 담긴 실망.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리감.
감정은 언제나 말보다 빠르게 닿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걸을 때,
발걸음은 저절로 진동수를 맞춘다.
숨소리도,
웃음도,
그리고, 침묵까지도.
같은 리듬으로 흔들릴 때,
세상은 더 선명해진다.
하지만 어긋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은 삐걱거린다.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리고,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사랑은 물리학이다.
이별은 물리학이 실패한 것이다.
어떤 사람과는 감정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세계에 산다.
그건 미움이 아니라 거리다.
서로의 진동수가 다르면,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의 진동이
소음이 된다.
질투는 너무 강한 햇살이다.
사랑을 소유로,
관심을 집착으로,
걱정을 의심으로, 상하게 한다.
질투는 사랑의 그림자고,
강한 햇살에서
그림자는 더 진해진다.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잠깐 내 안을 지나가는 손님이다.
기쁨이 오면 받아들이고,
슬픔이 오면 함께 앉는다.
분노가 와도 잠시 머물게 하고,
두려움이 와도
등 돌리지 않는다.
억지로 붙잡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있을 뿐.
말하지 못했던 사랑.
복도에서 마주침에 가슴 뛰던 순간들.
드러나지 못했던 고마움.
아픈 날 따뜻한 죽을 끓여주던 그 손길.
가볍게 흘려보낸 가볍지 않은 상처.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함.
늦은 밤 혼자 느끼는 후회.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아직,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감정은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감정은 그 자체로 언어다.
가끔 모든 감정이 멈춘다.
파동도, 진동도, 흔들림도 없는 순간.
모든 것의 공명은
모든 감정이 하나가 되는
고요함을 만든다.
오늘도 누군가의 한숨이 내게 스며들고,
누군가의 웃음이 내 어깨를 두드린다.
누군가의 분노가 내 가슴을 스치고,
누군가의 외로움이 내 곁에 앉는다.
보이지 않는 진동들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하루를 흔들리며 살아간다.
가장 조용한 감정이, 가장 멀리 그리고 오래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