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회절

by 늘람
DALL·E 2025-06-06 14.44.14 - A calm and serene illustration inspired by the theme of longing and diffraction of light. The image shows soft, gentle waves of light spreading throug.png

문득 그리움이 찾아왔다.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 끝에 실려.

낯선 향기 하나가,

내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기억이란 게, 참 이상하다.

완벽히 잊은 줄 알았는데,

작은 틈새를 만나 다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조용하지만,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그리움은 아련하다.


미래도,
현재의 나조차도,

제대로 보지 않고,

그리움은 언제나 과거만을 향한다.

오직 과거,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들만을 향해,

끝없이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멈춘다.


과거에는 다시 닿을 수 없기에

영영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아련하다.

완벽히 되돌릴 수 없음의 인식이

그리움이다.


내가 그리웠던 것은

애닳팠던 사람이었을까.

추억 어린 장소였을까.

아니면,

그 순간을 살아가던 나 였을까.


그리움은, 내 안의 나 자신을 향한다.

그래서, 언제나 명확한 무엇을 품지 못한다.

그래서 늘,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리움은 빛의 회절.

좁은 틈을 지난 빛은 회절한다.

틈이 좁을수록 더 넓게 퍼지고,

그 퍼짐 속에서 여러 줄기의 명료한 무늬를 만든다.


단순한 형태를 버리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간섭 무늬를 얻는다.

그리움과 닮았다.


오랜 시간 속의 기억에는 본래의 모습이 없다.

처음 느꼈던 감정,

처음 보았던 그 사람의 표정,

처음 맡았던 공기의 냄새는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


기억이라는 작은 틈을 지나는 동안,

변형되고, 섞이고, 형태는 흐트러진다.


흐트러진 채로 다시 만난 기억의 파편들은,

완벽히 새로운 모습으로,

마음의 벽에 아름다운 무늬를 그린다.

바로 그리움이다.


과거의 기억은 항상 변한다.

기억은 감정의 재해석이다.

그 순간의 나 자신과,

다시 살아온 수많은 다른 순간들이 얽혀 ,

새로운 의미가 된다.


과거를 바라보는 현재의 내 시선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채색한다.

그리움의 무늬는 명확하지만, 모호하다.

아름답지만, 슬프다.


돌아갈 수 없다는 절대 법칙은,

감정의 밀도를 높이고,

다시 만질 수 없다는 깨달음에,

마음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지만,

어느 틈에 마음은 과거를 향한다.


내 삶은 늘 부족하고,

불확실하고, 불완전하기에,

아름답고, 완전하게 색을 입힌,

과거를 기억한다.


내가 살아냈고,

내가 기억했지만,

내가 채색한 과거를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록 기억한다.


틈새를 지나 나에게로 돌아온 회절된 감정의 무늬.

그래서, 그리움은 더 아름답다.


나는 더 이상 그리움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움이 만드는 간섭 무늬는,

삶을 더 깊이 더한다.


기억의 틈을 지나 번져 나간 그리움의 무늬는,

마음의 벽을 장식하고,

현재를 과거와 잇는다.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아프게,

삶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오늘도 나는 문득 찾아온,

그리움의 흔적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돌아갈 수 없기에 아련하고,

완벽히 잊히지 않기에 아름다운,

그리움을 품고, 오늘의 힘을 얻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우정-응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