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야옹 Nov 14. 2022

투명한 벽


내가 사는 아파드 단지 앞 사거리에는 '펫샵'이 있다. 3층짜리 투명한 진열장 안 방석만한 정사각형 안에 손바닥만한 강아지가 한마리씩 들어가 있다. 짤막한 팔다리를 쭉 뻗고 잠만 자는 애도 있고, 벽을 향해 연신 몸을 날리며 낑낑대는 애도 있다.


그곳을 지날때마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저 좁은 데서 한 마리라도 탈출시켜줘야할 것 같은 책임감에. 그러지 못해 죄책감에. 집에서 반대한다는 건 사실 핑계고, 생명 하나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 저 많은 강아지중 한마리만 품에 안고 매정하게 가게를 떠날 자신도 없다.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그런 업소에 자꾸 관심을 주고 소비하면 안된다고 한다. 나도 그냥 지나치고 싶은데... 그 앞에서 꼭 발길이 멈춘다.


얼마전에는 바닥에 축 쳐져있는 새를 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파트 단지와 대로변 사이 노옾게 쳐진 투명한 벽이 있었다. 투명한 벽을 보지 못한 새가 돌진해 머리를 부딪쳐 죽었거나 기절한 모양이었다. 새를 보고 펫숍에 있던 투명 아크릴판이 생각났다. 강아지와 나 사이의 투명한 벽, 새와 나 사이의 투명한 벽. 재질과 높이는 달라도 본질은 같아보였다. 다른 종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벽이었다.


유리벽은 참 잔인하다.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 위해주는 척하면서 선을 긋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