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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Nov 09. 2020

불편함이 편한 인간

제주도에서 썼던 일기들

10시가 조금 넘어 느지막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비몽사몽. 새벽 두 시가 넘어 잔 탓이다. 야식을 안 먹고 잤더니 간만에 입맛은 좋았다. 간장떡볶이와 어묵국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메리카노 한 잔도 원 샷 했다.


동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버스정류장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그리고 10분쯤 버스를 타고 가면 도서관에 도착한다. 가까운 편. 대체버스도 여러 대 있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곳 제주도에서 이 정도면 불편한 축에도 못 든다.


도시에 비하면 불편하다. 편의점까지 10분은 걸어가야 한다(서울에선 5분도 안 걸렸다). 심야에 배달되는 음식점이 없다(서울에선 새벽 세 시가 넘어도 중국음식, 치킨, 족발, 피자, 종류 별로 다 시킬 수 있었다). 가까운 공립도서관은 규모가 작아 없는 책이 많다.


그런데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벌써 온지 한 달이 넘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줄은... 이렇게까지 적응하게 될 줄은... 도시 태생치고는 불편함에 무던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시골 할머니 댁에 매년 두어 번씩은 방문해서인가.


사람들은 다들 서울에 살고 싶어 한다.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서울에 있는 ‘내 집’에 살길 바란다. 정말 내면에서 우러나온 욕구일까? ‘명문대에 가고 싶어!’와 비슷한 욕구다. 어릴 적부터 어딘가에서 보고 듣고 배운 욕망. 주입식 욕망. 조용한 시골살이가 체질에 맞는 나같은 20대 인간도 있는 법인데. 한 마음 한 뜻으로 서울의 직장! 서울의 집!을 인생의 행복 조건으로 꼽는 건 정말 희한하다.


만물 중에 인간만이 자유의지를 가졌다 했던가? 저 멀리 위에서 보면 우리가 개미 떼와 다를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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